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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무시 완충수역 논란 … 국방부 “함포 덮고 경계작전 가능”

중앙일보 2018.09.21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군사합의에서 남북관계의 ‘뜨거운 감자’인 서해북방한계선(NLL)이 재등장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미 간 비핵화 바퀴를 다시 굴리게 됐고, 한반도 긴장지수도 크게 낮췄지만 남북관계의 고질적 난제인 NLL이 또 불거진 게 변수다.
 

“완충수역은 우발 충돌 막자는 것
유사시 덮개 0.5초면 벗겨” 해명
정부 “북한이 NLL 인정한 것”
전문가 “그런 해석은 어불성설”

남북은 서해에 포사격과 해상훈련을 금지하는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완충수역)을 설정하면서 NLL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또 서해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데 동의했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만들지는 나중에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해군 장병들이 피로 지켰던 NLL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른 배경이다. 국방부는 19일 보도자료에서 서해 완충수역 구간의 남북 간 거리가 80㎞(남측 40㎞, 북측 40㎞)라고 잘못 쓰면서 논란을 부추겼다(중앙일보 9월 20일자 2면). 실제 거리는 135㎞(남측 85㎞, 북측 50㎞)다. 국방부는 “실무자의 실수”라며 해당 부분을 보도자료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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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0일 적극 해명에 나섰다. 국방부 당국자는 “NLL을 무시한 게 아니라 순전히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전제 아래 남북이 그어놓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서해 완충수역에는 북한이 해안포 100여 문을 배치했고, 한국도 30여 문으로 대응하고 있어 언제든 우발적 충돌이 해전이나 포격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완충수역은) 양쪽이 다 수용 가능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완충수역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할 수 없는 것이지, NLL 경계작전은 할 수 있다”며 “합의서에 따라 군함은 함포에 덮개를 씌운 채 완충수역을 항해할 수 있다. 이 덮개는 0.5초면 벗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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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진형 전 합참 전력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1999년 제1연평해전을 비롯한 서해에서의 남북한 해군 교전은 대부분 NLL 때문에 일어났다”며 “이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으려면 북한이 정전협정과 NLL을 준수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은 “어차피 기준선 문제가 불거질 텐데 북한으로부터 NLL에 대한 양보를 받아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정부는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평화수역의 기준선을 조율할 때 NLL으로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남북 국방장관이 19일 서명했던 군사합의서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을 만들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문구가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인사는 “NLL이 들어간 해당 문장을 북한이 NLL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네 차례의 남북 군사회담에서도 북한은 NLL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고수했다”고 귀띔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19일 “(북한과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NLL 유지를 고수했다”며 “(이 때문에) 구체적 평화수역 설정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군사공동위원회에서 NLL 인정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북 간 정말 민감한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군사공동위에서는 2010년 천안함 피격 등에 따라 5·24 조치로 차단된 제주해협의 북측 선박 통과 문제도 향후 다뤄야 한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라 이 천안함이 이슈화하는 순간 군사공동위가 어디로 갈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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