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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법원행정처·고법부장 승진제 없앤다”

중앙일보 2018.09.21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1주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포함, 진보 성향 법관들의 의견이 반영된 사법부 개편 계획을 20일 발표했다.
 

취임 1년, 구조개편 계획 발표
“법관 관료화로 양심적 재판 못해
내년 행정처 상근법관 33% 감축”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법원 제도개혁 추진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날 위기는 법관들이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적 책무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며 “관료화되고 권위적인 법원 문화는 일부 법관들에게 왜곡된 자기인식과 조직논리를 심어줬다”며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 글에서 김 대법원장은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법원행정처 폐지를 선언했다.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의 인사·예산 등을 관장하는 대법원 소속 조직인데,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이를 통해 법관에 대한 인사 영향력을 행사해 판사 조직이 위계화돼 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난 12일 김 대법원장을 찾아 법원행정처 폐지를 건의했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관료화되고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법관이 독립적이고 양심적인 재판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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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공식적으로 사라지려면 국회에서 법원조직법이 개정돼야 한다. 김 대법원장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없앨 수 없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2019년 정기인사 때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의 3분의 1 정도를 줄이겠다”며 “제 임기(~2023년 9월) 중 법원사무의 비법관화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축소 방안은 이날 법조계에서 특히 화제가 됐다. 현재 일부 판사들은 재판에서 일정 기간 손을 떼고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인사·예산·총무 등 부서에서 일하는데, 이 경력이 ‘출세 코스’ ‘승진 스펙’ 등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폐지론자들은 판사들이 행정처 근무를 선호하게 되면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결국 재판 독립성을 해친다고 주장해왔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근무는 판사가 행정 업무를 해보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이를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2019년 정기인사부터 각급 법원장을 임명할 때 소속 법원 법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시범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역시 법관대표회의가 건의한 내용이다. 법관대표회의는 당시 김 대법원장 면담에서 “법원장 보임에 법관 의사를 적절한 방법으로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두고 법원 내에선 “법원장 인사권 분산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국민에게 나눠줘야지 왜 법관들이 나눠 갖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에게 쓴소리하기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더 클 것”(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이라거나 “법원의 주인이 법관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는 외부의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시범 실시’라는 조건을 달아 법관대표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밖에 김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사실상 차관 대우의 직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약 20년차 판사들의 승진 문턱이다. 전국 130여 명이 있다.
 
판사들은 군인이 장군 계급을 다는 것에 이를 비교하기도 한다. 또 이 문턱을 2~3년 동안 넘지 못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게 관행으로 받아들여져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승진 경쟁이 일어나고, 결국 판사가 소속 법원장·행정처장·대법원장의 방침에 순응하게 되면서 재판의 독립성이 저해된다는 비판론이 있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이 정한 법관 구분은 대법원장·대법관·판사 뿐”이라며 “법관들 간의 계층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판사의 능력과 성품이 모두 높은 수준에서 똑같다는 희망 섞인 전제에서 나온 방안”이라며 “업무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 판사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을 김 대법원장이 어떤 리더십으로 극복해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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