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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평양선언 열렬히 축하” … 언론은 “북핵 폐기 먼 길” 신중

중앙일보 2018.09.21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1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지만 일부 매체는 북한의 비핵화엔 갈 길이 멀다면서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일본 언론 대부분은 비핵화에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남북 정상의 거듭된 만남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열렬히 축하하며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해서도 “긍정한다”고 평가하고, 미국의 북·미 협상 재개 표명과 관련해선 “상대방의 합리적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해선 신중한 기대감을 드러낸 발언이다. 이날 뉴욕 유엔 총회 출석을 위해 출국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산둥반도와 맞은편 한반도에서 전해온 ‘희소식(佳音)’”이라며 “더 좋은 일도, 더 큰 공도 없다”고 말했다.
 

왕이 “더 좋을 수 없는 희소식”
인민일보·CC-TV는 단신 처리
일본 언론 “비핵화 구체안 결여”

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남북관계보다 북·미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문재인-김정은 회담 횟수는 상관없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획기적 양보와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만 한반도 정세 개선이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 등반을 정확히 예측했던 홍콩의 동방일보는 “문·김 회담은 손님도 주인도 즐거웠지만 북핵 폐기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단서’가 달려 있어 기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전했다. 명보는 “비핵화 시간표 등 구체적 진전 없는 ‘작은 걸음’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군복을 입고 칼춤을 추고 있는 무용수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군복을 입고 칼춤을 추고 있는 무용수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에 대해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직속인 국제문제연구원의 궈셴강(郭憲綱) 부원장은 대만 중국시보에 “비핵화는 종이 서명이 아닌 북한 핵시설을 처치하고 핵탄두 숫자를 밝히고 핵탄두와 발사기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과 연관된다”며 “이 과정에서 베이징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 매체들은 관련 보도에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국제면인 21면에 전날 외교부 논평을 1단 보도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을 종합 3면에 3단으로 보도했던 것과 대조됐다. 중국 중앙방송(CC-TV)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 播)는 2분15초 리포트로 보도한 4월 1차 남북회담보다 크게 줄어든 18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평양공동선언을 보도한 20일자 일본 신문 기사들의 제목은 유사한 톤이었다. ‘비핵화 진전으로 보는 것은 너무 이르다’(요미우리신문 사설), ‘비핵화 구체안 결여’(마이니치신문 3면), ‘북한 비핵화 또 조건부’(니혼게이자이신문 1면) 등이었다.
 
일본 주요 언론은 남북한 정상이 전날 발표한 공동선언의 내용을 전하면서 이 같은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특히 북한의 영변 핵시설 ‘조건부 폐기’와 관련해선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비핵화 조치를 찔끔찔끔 내놔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등의 보상을 끌어내려는 북한의 전술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비핵화 구체안 결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협상으로 이어가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의 구체안이 부족해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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