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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 미·중 무역전쟁 불똥…장루이민 회장 "겨울이 온다, 월동 준비해라"

중앙일보 2018.09.20 15:42
중국 하이얼그룹 회장. [중앙포토]

중국 하이얼그룹 회장. [중앙포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가 민간 기업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했다. 

2016년 인수한 GE 가전제품
올 11월 중국 출시 계획했으나
미·중 무역전쟁에 계획 중단
"계절을 바꿀 수 없으니 준비"

 
세계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미국에서 생산한 GE 브랜드 주방 가전을 중국으로 수입해 판매하려는 계획을 중단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해진 데 따른 결정이다.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하이얼은 2016년 미국 기업 GE의 가전 사업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사업 재편 및 브랜드 정비를 거쳐 오는 11월 GE 브랜드의 주방 가전 제품을 중국에 론칭할 예정이었다.
 
장루이민 하이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당초 미국산 제품을 중국으로 수입하는 데 문제가 될 게 없었으나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이젠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중국 소비자는 GE 가전에 관심이 많은데, 미국 정부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이얼은 중국 내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GE 가전제품 판매를 계획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젊은 층 등 GE 브랜드에 익숙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루이빌 공장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라인을 판매할 계획이었다. 제품 출시 두 달여를 앞두고 이미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시작한 상태였다.
 
하이얼이 당분간 GE 가전의 중국 판매를 포기하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을 오가는 수입품에 고율 관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는 24일부터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어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는 전자레인지, 전기 오븐, 드립 커피 기계 등 주방 가전이 포함돼 하이얼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의 관세 폭탄은 미국이 24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먼저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중국의 기술 탈취를 막겠다며 시작했다. 중국 제품의 미국 진입 장벽도 높였지만, 하이얼 사례처럼 미국의 수출 또한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하이얼의 IFA 2018 전시장 모습. [중앙포토]

하이얼의 IFA 2018 전시장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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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의 사업 계획 변경은 미국과 중국 경제가 서로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도 많지만, 하이얼처럼 미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도 있다.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은 애플이다. 지난해 중국 수출의 40%가 이 같은 외국인 투자 기업에서 나왔다. 
 
장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겨울이 오면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날씨를 바꿀 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하이얼은 중국산, 중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해외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뉴질랜드 냉장고 제조업체 피셔 앤 페이켈과 일본 산요의 백색가전 부문을 인수했다.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 14%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업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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