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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유해발굴 사업, 왜 화살머리고지서 하나

중앙일보 2018.09.20 11:39
지난 6월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강원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6ㆍ25 전쟁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사업의 첫 삽을 내년 4월 1일 뜬다. 당시 격전지로 꼽혔던 철의 삼각지에서다.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 무력상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결과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내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DMZ 안에 있다. 또 내년 2월 말까지 남북 공동유해발굴단을 꾸릴 예정이다. 규모는 80~100명 정도다.
 
남북은 공동 유해발굴에 앞서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한다. 최근 육군이 도입하기 시작한 장애물 개척 전차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은 공동 유해발굴 지역 안에 남북 간 폭 12m의 도로도 12월 31일까지 놓을 계획이다.
 
남북 첫 공동 유해발굴 사업이 진행될 화살머리고지.  [자료 국방부]

남북 첫 공동 유해발굴 사업이 진행될 화살머리고지. [자료 국방부]

비무장지대(DMZ)에서 바라본 북한 오성산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오성산은 6ㆍ25 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던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에서 바라본 북한 오성산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오성산은 6ㆍ25 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던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연합뉴스]

 
화살머리고지는 백마고지에서 서쪽으로 3㎞ 정도 떨어졌다. 해발 281m다. 이 고지에서 양의 창자 모양으로 구비 도는 역곡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 지형이 마치 화살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화살머리고지라고도 불린다. 281고지라고도 한다.
 
화살머리고지는 6ㆍ25 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를 놓고 남북이 치열하게 싸웠던 곳 중 하나다. 철의 삼각지는 철원~김화~평강을 잇는 지역을 뜻한다. 교통의 중심지인 이곳을 차지하면 한반도 중부를 장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남북의 쟁탈전이 6ㆍ25 전쟁 내내 벌어졌다. 남북은 이 지역을 양분한 뒤 정전을 맞았다.
 
그런데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철의 삼각지를 놓고 다퉜던 백마고지 전투, 저격능선 전투 등 다른 전투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편이다.
 
철의 삼각지에서 돌격하고 있는 국군. [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철의 삼각지에서 돌격하고 있는 국군. [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방부에 따르면 ▶과거 전사(戰史) ▶상호 접근성 ▶전사자 유해 예상 매장 구수 등을 고려해서 화살머리고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화살머리고지에는 국군 전사자 유해 200여구, 미군ㆍ프랑스 전사자 100여구가 매장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군과 중공군 전사자 유해도 상당수 묻혔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실상 국제전 양상을 보인 6ㆍ25 전쟁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라는 얘기다.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백마고지 전투의 곁가지로 두 차례 일어났다. 첫 전투는 1952년 10월 6~10일 프랑스 대대가 중공군 연대 병력과 싸워 승리했다. 프랑스군은 중공군에 비해 병력에서 밀렸지만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지난해 11월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내 프랑스 참전비에서 6ㆍ25 전쟁 프랑스 참전용사 쟝 르우의 안장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내 프랑스 참전비에서 6ㆍ25 전쟁 프랑스 참전용사 쟝 르우의 안장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프랑스군의 장 르우(Jean Le Houx) 병장은 이곳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그는 훗날 프랑스 정부의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르우는 2007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한국의 발전상에 감명한 르우는 “내가 죽거든 전우와 피 흘리며 치열하게 싸웠던 화살머리 고지에 유해를 뿌려 달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대를 이어 미군이 이곳을 지키면서 북한군과 중공군을 견제했다. 그러다 육군 2사단이 맡았다.
 
정전을 앞둔 1953년 6월 중공군 73사단이 화살머리고지로 돌진했다. 2사단이 사수하고 있는 백마고지의 측면을 위협하기 위한 조공(助攻)이었다. 이에 맞서 육군 2사단 32연대는 투혼 끝에 고지를 지켜냈다. 화살머리고지를 안전하게 확보하면서 백마고지에 대한 중공군의 위협도 줄어들게 됐다.
 
지난 7월 27일 북한 원산 지역에서 미 국방부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국 관계자들이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를 넘겨 받은 뒤 검사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지난 7월 27일 북한 원산 지역에서 미 국방부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국 관계자들이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를 넘겨 받은 뒤 검사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남북은 우선 화살머리고지에서 시범적으로 공동유해발굴 작업을 한 뒤 발굴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철원(백마고지ㆍ지형능선ㆍ화살머리고지 전투)과 함께 파주(벙커고지 전투), 연천(베티고지 전투), 양구(가칠봉 전투), 고성(월비산 전투) 등 5곳을 공동유해발굴 후보지로 제안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DMZ 내 묻힌 국군 유해를 1만여구에 추정한다.
 
남북 공동유해발굴이 본격화하면 북한 지역에 묻힌 미군 유해를 북ㆍ미가 공동발굴하는 사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북ㆍ미는 지난 7일 판문점에서 열린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지역에 묻힌 미군 유해를 공동발굴하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미국 측은 북한 내 장진호 전투 지역(1024구)과 운산ㆍ청천 전투 지역(1495구), 비무장지대(1000여 구) 등 6ㆍ25 전쟁 주요 격전지와 전쟁포로 수용소가 있던 지역(1200여구) 등에 5000여 구의 미군 유해가 북한 지역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ㆍ미는 1996~2005년 함경남도의 장진읍과 신흥리, 평안북도의 운산군과 구장읍, 계천시 등지에서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미군 유해 208구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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