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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징역형에 여성단체, "동의없는 행위=성폭력"

중앙일보 2018.09.20 11:32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자 여성단체들이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동의가 없는 모든 신체 접촉은 성폭력”이라는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재판부 “문제제기 못 했다고 동의한 것 아냐”
여성계 “의사에 반하는 일체 행위는 성폭력”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가해자 중심의 성폭력 판결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앞으로 타 재판부에게 중요한 판례로 다뤄질 것”이라고 1심 선고를 평가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성폭력으로 인정된 점 ▶피해자들이 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상해로 인정된 점 ▶위력의 행사가 인정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는 강제추행·강간 과정에서 피해자의 적극적 문제 제기와 저항이 없었다고 해도 성폭력 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받아줘서 (성추행인 줄) 몰랐다”고 항변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일축한 바 있다.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공동변호인단인 이명숙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고 의사에 반해서 한 행위는 성폭력이라고 인정한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성범죄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가 노(No)를 했는지’가 기준이 아니라 ‘동의를 받았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발언은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해야만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현행법에서 나아가 적극적 동의가 없는 모든 관계를 폭넓게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이윤택 1심 선고 이후 성명을 내고 "형량은 고작 6년이지만 그 동안 가해자 중심의 판결에서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선고 내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이윤택 1심 선고 이후 성명을 내고 "형량은 고작 6년이지만 그 동안 가해자 중심의 판결에서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선고 내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정치권에서는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의당은  “미투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성폭력 사건의 첫 실형이란 점에서 의미 있는 선고”라며 “그러나 수년 간 그가 자행한 권력형 성폭력에 치유 불가능한 고통을 받은 단원들을 생각하면 죗값 치고는 형량이 가볍다"고 논평했다. 또 "더욱 무거운 형량으로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전 감독은 8명의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고, 1명의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해 우울증을 앓게 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5월 첫 재판 때부터 이 전 감독은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지도 방식”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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