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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정부에 백기 들었다···사내하도급 100% 정규직 고용

중앙일보 2018.09.20 11:09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금속노조. [중앙포토]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금속노조. [중앙포토]

 
기아자동차가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2019년까지 1300명의 사내하도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이다. 기아자동차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20일 이와 같은 방안에 합의하고, 이를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 노조)에 통보했다.

인건비 부담 압력 가중하는 완성차업계

 
이미 기아차는 1087명의 사내하도급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었다. 이번 합의로 기아차 조립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사내하도급 전원(100%)이 내년까지 기아차 정규직 직원으로 바뀌게 된다.
 
기아차 사측과 비정규직이 합의를 한 건 정부가 중재 의사를 표명한 지 불과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비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한 하청기업과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비정규직과 완성차 제조사 간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지 2주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박근혜 정부 노동걔혁 관련 외압조사결과 발표하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이병훈 위원장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노동걔혁 관련 외압조사결과 발표하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이병훈 위원장 [중앙포토]

 
기아차는 이미 지난해까지 1087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기아차 노·사가 2016년 10월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다.
 
노사합의로 이행하던 비정규직 전환은 최근 시계가 갑자기 빨라졌다. 지난 정부 노동행정을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지난 8월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기아차 불법파견 수사를 지연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2004년 9234개의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지만 이후 14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현대자동차는 이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000여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특별채용했다. 앞으로 4년 동안 3500명의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을 추가로 특별채용할 예정이다. 이번에 기아차가 정규직 전환에 합의하면서 현대차그룹은 1만1900여명의 현대차·기아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됐다.
 
정부가 일명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자처하면서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인건비를 추가로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 4개 완성차 임금 협상이 이례적으로 일찍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일이다.
 
지난 정부 노동행정을 조사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전환은 시계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지난 8월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검찰이 의도적으로 기아차 불법파견 수사를 지연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2004년 9234개의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지만 이후 14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카허 카젬 사장실을 점거한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진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카허 카젬 사장실을 점거한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진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GM에서도 논란거리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9일 한국GM 부평공장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 17개 사내협력사 근로자 888명이 불법파견이라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에도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근로자 744명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며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수익성이 악화한 한국GM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서 올해 군산공장까지 폐쇄했다. 한국GM은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판단하면서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7월 11일 경제2면


지난 14일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선으로 쌍용차가 119명의 해고자를 다시 채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로 인해 쌍용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119명의 해고자와 119명의 희망퇴직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2008년 이후 누적 손실이 1조를 초과한 상황에서 또다시 인건비가 상승하게 되는 합의다. ▶중앙일보 9월 18일 경제2면
 
노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최종식 쌍용차 사장(오른쪽)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중앙포토]

노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최종식 쌍용차 사장(오른쪽)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중앙포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직 이임 전까지 마무리하고 싶은 ‘밀린 현안’ 3가지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를 꼽았었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중 유일하게 임금및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 양측은 6월 중순 상견례를 시작으로 그동안 10여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인건비 상승 폭이다. 사측은 지난 2년 대비 올해 기업 실적이 악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측은 지난해 수준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노·사는 기본급 6만2400원 인상과 격려금(550만원)·상여금(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효과가 큰 업종도 있겠지만, 사내하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동차 산업은 신입·경력사원 채용이 힘들어지고 인건비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며 “향후 자동차 판매가 부진할 경우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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