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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딜레마'…애플 제쳤지만 소비자는 "글쎄"

중앙일보 2018.09.20 11:00
'화웨이(华为)'란 중국 브랜드 이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삼성에 특허 소송을 걸면서부터였다. 2016년 화웨이는 삼성이 자사 스마트폰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특허전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애플과 삼성의 특허 전쟁에 익숙했던 상황 속, 당시 화웨이는 그저 선도기업에게 어깃장을 놓는 후발주자 정도로만 보였다.
 

화웨이, 2분기 글로벌 점유율 2위 꿰차
내달 신제품 '메이트20' 공개 예정
성능 조작, 보안 우려 등 이미지 쇄신 관건

애플과 삼성을 넘겠다고 당찬 포부를 내걸던 이 기업은 2년여 만에 정말로 애플을 제쳤다. 화웨이는 2018년 2분기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곧 다가올 5G 시대,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기술력이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있는 업체로 꼽힌다. 그러나 보안에 대한 우려와 스마트폰 제품 성능을 부풀린 사실까지 폭로되며 국내 이동통신업체와 소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hkcd.com]

[사진 hkcd.com]

 
괴물 칩셋의 출현, 퀄컴-애플 양강 구도 무너지나
 
8월 31일, 화웨이 위청둥(余承东) CEO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8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인공지능(AI) 칩셋 기린 980(麒麟980)을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칩셋’이라 불리는 기린 980, 업계에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와 애플의 A11를 위협할 정도라고 평가한다.
[사진 item.btime.com]

[사진 item.btime.com]

 
미국 IT 매체 안드로이드 오서리티(Android Authority)는 “역대급 스마트폰 칩셋이라며, 까다로운 스마트폰 유저들이 원하는 모든 기능의 집합체”라고 보도했다.
 
기린980은 화웨이가 수억 달러의 비용과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모바일용 AI 칩셋이다. 기존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10나노 공정에 비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각각 20%와 40% 높아졌다.
 
애플 밀어낸 2등, 일등도 가능해?
 
올해 2분기 처음으로 애플을 밀어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오른 화웨이는 내달(10월) 출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20에도 유독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9월 3일, 화웨이 CEO 위청룽은 자신의 웨이보에 "화웨이 메이트20(Mate 20) 시리즈에는 기린980이 탑재될 것이며, 수많은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멘션을 남겼다. 9월 12일(현지시간)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발표된 후, 화웨이 공식 트위터에는 "똑같은 모습을 유지해줘서 고맙다, 런던에서 보자"라고 애플을 겨냥한 듯한 글이 올라왔다.
위청둥 웨이보 [사진 웨이보]

위청둥 웨이보 [사진 웨이보]

[사진 화웨이 공식 트위터]

[사진 화웨이 공식 트위터]

 
그동안 화웨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 주력해왔다. 2016년을 기점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고, '중국 스마트폰=중저가'란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2016년 4월에 나온 화웨이의 첫 프리미엄 스마트폰 P9는 출시 6주 만에 글로벌 판매량 600만대를 돌파했고, 같은해 P9는 화웨이 스마트폰 매출 증가에 톡톡히 기여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 오포, 비보, 샤오미가 가성비를 앞세워 중소도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면, 화웨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애플, 삼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6년 중국 국내 점유율 1위를 꿰찬 화웨이, 언제부터인가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지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시기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만은 2018년 2분기 점유율이 동기 대비 6% 오른 26%를 기록했다. 중저가 보급형 브랜드 '아너'가 중국 소비자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올해 2분기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한 사실이 고무적이다. 1위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는 단 6%p다. 2분기 삼성, 화웨이,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19.3%, 화웨이 13.3%, 애플 11.9% 순이었다.  
 
상반기 P20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화웨이는 내달(10월) 16일 발표 예정인 신제품 '메이트20'이 하반기 매출을 견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웨이 P20 [사진 화웨이 홈페이지 캡쳐]

화웨이 P20 [사진 화웨이 홈페이지 캡쳐]

 
5G 시대 앞두고 '화웨이 딜레마'
 
사실 화웨이는 스마트폰 회사이기 이전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다. 지난해(2017년) 통신장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5G(5세대 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중국에서 단연 대표적인 업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G 시대를 앞두고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 통신장비가 기술력이나 가격면에 있어서 분명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유출 등 보안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미국, 호주 등 국가는 이미 마찬가지 이유로 중국의 5G 통신장비를 입찰 후보에서 배제했다. 도청과 정보유출이 가능한 백도어(backdoor)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인도도 최근 중국업체 화웨이와 ZTE를 제외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 hkcd.com]

[사진 hkcd.com]

 
여기에 화웨이가 자사 스마트폰 성능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화웨이에 대한 불신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9월 4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아난드테크는 "화웨이가 자사 스마트폰 P20에 대한 성능 평가 앱을 실행시키면 평소보다 성능이 최대 40% 높아지도록 프로그래밍해, 벤치마크 점수가 높게 나오도록 속여 왔다"고 보도했다. P20 시리즈 외에 아너 등 화웨이의 다른 스마트폰 역시 성능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가 정말로 삼성을 따라잡으려면, 고성능 제품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화웨이는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다. '외국폰(아이폰 제외)'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할 것인가가 화웨이가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다.
 
이제 관건은 내달 16일 발표될 신제품 메이트20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성능 테스트 조작 논란과 보안 우려를 불식시키고 애플을 제친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화웨이 딜레마'에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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