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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난 이진성 헌재소장 “재판관들, 구성권자와 결별 필요”

중앙일보 2018.09.20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6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앞줄 왼쪽부터)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나침반 같은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6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앞줄 왼쪽부터)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나침반 같은 헌법재판을 더욱 발전시켜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떠날 때는 말 없이’가 이 자리에 맞는 말이지만 더는 기회가 없으니 몇 마디 드리겠다.”
 

재판관 5명 퇴임 … 초유 ‘4인 체제’
후임 3명 오늘 국회 본회의 표결
김명수가 내세운 2명은 절차 차질
재판관 선출 개편 필요성 지적돼

이진성(62·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소 소장은 19일 열린 퇴임식에서 “척박한 토양에서 헌법재판소를 일구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구성에 관하여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전제한 뒤 “재판관 지명 권한을 가진 국가 기관의 입김에 흔들릴 것을 염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권한이 없는 까닭에 헌법재판소는 다른 기관과 구성에 관해 협의할 일이 없다”며 “재판관들이 구성권자(대통령·국회·대법원장)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지님으로써 헌법재판의 독립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받는 대법원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소장은“세상이 정의롭게 되도록 애썼지만”이라는 말한 대목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떡국(드시면 나이를 먹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과 ‘무술년(술 없이 보내는 한 해)’을 소재로 좌중에 폭소를 안겼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날 이 소장과 함께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당분간 조용호·서기석·이선애·유남석 등 4명의 헌법재판관 체제로 유지된다. 헌재 소장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일과 나이로 최선임인 서기석 헌법재판관이 맡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재판관 후보를 지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색이 짙은 헌법재판관 후보가 대법원장 지명으로 나오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한규(법무법인 공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분의 1을 결정하는 제도는 헌재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 반해 헌법재판관의 경우 임명을 대통령이 하지만 후보를 가리는 작업은 국회(3명 선출), 대법원장(3명 지명), 대통령(3명 임명)에게 나뉘어 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부터 재판관을 국회가 선출하고 의결하는 안을 제안해 왔다.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 자리를 점차 줄이자는 취지다. 2006~2012년 헌법재판관을 지낸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도 “9명을 3명씩 나눠서 뽑는 방식은 1988년 헌재 전신인 헌법위원회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20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50·22기)·이종석(57·15기)·이영진(57·22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한다. 유남석(61·13기)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도 이날 이뤄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65·14기)·이은애(52·19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담당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미루고 있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대법원장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대법원장에게 보내야 한다. 두 후보자 보고서 채택 시한은 이미 넘겼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보고서를 오는 20일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대법원장이 지명 내정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다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법원장은 그대로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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