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싱의 신’ 메이웨더 링 밖에선 ‘흥행의 신’

중앙일보 2018.09.2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2015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기의 대결’에서 파키아오를 꺾은 메이웨더(오른쪽).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인 그는 ‘복싱의 신’으로 불린다. [AP=연합뉴스]

2015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기의 대결’에서 파키아오를 꺾은 메이웨더(오른쪽).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인 그는 ‘복싱의 신’으로 불린다. [AP=연합뉴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1·미국)가 또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듯 10년 동안 ‘은퇴 후 복귀’를 반복했던 그가 매니 파키아오(40·필리핀)와 재대결 의사를 밝혔다.
 

파키아오와 ‘1억 달러’ 재대결 예고
신상품 발표하듯 ‘은퇴-복귀’ 반복
통산 수입 조던·우즈 다음으로 많아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 경기 볼 것”

메이웨더는 지난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키아오와 올해 다시 싸울 것이다. 9자리(9 figure) 대전료 입금일이 다가온다”고 썼다. 9자리는 1억 달러(약 1123억원)를 의미한다.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난 2015년 첫 대결에서 그는 1억5000만 달러(약 1685억원), 파키아오는 1억 달러를 대전료로 받았다. 복싱 팬들 반응은 엇갈렸다. “메이웨더의 수비가 워낙 좋아 이번에도 판정승을 따낼 것”이라는 예상과 “1차전 때 파키아오는 오른 어깨 부상이 있었다. 이번엔 파키아오가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쏟아졌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건 사실이다. 메이웨더는 바로 이걸 노렸다.
 
1996년 프로복싱에 데뷔한 그는 수퍼페더급, 라이트급, 수퍼라이트급, 웰터급, 수퍼웰터급 등 5체급의 주요 세계 타이틀을 따냈다. 숄더 롤(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막거나 흘려보내는 기술)로 대표되는 테크닉과 마흔 살이 넘었어도 줄지 않는 스피드를 보면 ‘복싱의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N머니에 따르면 메이웨더가 지금까지 복싱으로 벌어들인 돈은 10억 달러(약 1조1230억원)에 이른다. 역대 스포츠맨 중 그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선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미국·15억 달러 추정)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14억 달러)뿐이다. 복싱 열기가 예전처럼 뜨겁지 않은 상황에서, 헤비급이 아닌 중(中)량급 복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번 비결은 경기력 못잖은 마케팅 능력 덕분이다. 이슈를 만들고 크게 부풀리는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다.
 
메이웨더 영업의 핵심은 노이즈 마케팅이다. 다른 스타들과 달리 그는 ‘멋지고 선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원하지 않는다. 죽을 만큼 노력하고, 성공한 만큼 돈을 밝히며,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프리티 보이(수비력이 뛰어나 경기 후에도 얼굴에 상처 하나 없다는 의미)’라는 별명 대신 스스로 ‘머니’라고 부른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고 떠벌이기도 한다.
 
총수입이 1조원을 넘는 메이웨더의 취미는 값비싼 수퍼카 수집이다. [사진 메이웨더 SNS]

총수입이 1조원을 넘는 메이웨더의 취미는 값비싼 수퍼카 수집이다. [사진 메이웨더 SNS]

메이웨더는 이미 11년 전 은퇴했다. 2007년 오스카 델라 호야와 리키 해튼을 연달아 꺾고 링을 떠났다가 2년 뒤 복귀했다. 자신의 상품성이 정점에 오른 뒤에는 ‘평범한 방어전’이 아닌 ‘돈 되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약혼녀를 폭행하는 등 구설에 자주 오르지만, 안티팬이 늘어나는 걸 불편해하지 않는다.
 
파키아오와의 첫 대결도 몇 년 간 뜸만 들였다. 그러다 둘의 전성기가 지난 뒤에야 맞대결 의사를 밝혔다. 메이웨더는 경기를 앞두고도 “파키아오가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것 같다”며 판을 흔들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파키아오에 이어 안드레 베르토까지 판정으로 이긴 뒤 2017년 9월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가 그대로 은퇴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복싱 사상 최장 무패(49승·로키 마르시아노) 타이기록만 세우고 그가 링을 떠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메이웨더의 50번째 경기는 격투기 스타 코너 맥그리거(30)였다. 이기기 쉽고 돈 되는 상대를 장외에서 찾은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메이웨더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하자 그는 “나는 늙었다” “맥그리거의 펀치는 위험하다” “흑인을 대표해 싸우겠다”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경기 직전 도박사이트의 배당은 50대50에 가까웠다.
 
2017년 8월 메이웨더는 10라운드 KO승으로 맥그리거를 꺾고 50전 50승(27KO)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또 은퇴했다. 당시 대전료(1억 달러)의 일부로 파키아오와의 경기 수익에 따른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돈이 필요해진 메이웨더는 파키아오와 다시 손을 잡았다. 필리핀 상원의회 의원인 파키아오는 미래의 대통령 후보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메이웨더가 이런 돈벌이를 놓칠 리 없다.
 
이번에도 메이웨더는 지루한 경기를 할까. 혹시 파키아오가 이기지 않을까. 지난 3월 메이웨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답을 내놨다.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당신은 내 경기를 볼 것이다(Hate me or love me, you see me).”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