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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싸움에 동남아·멕시코 어부지리

중앙일보 2018.09.20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다는 미·중 무역 분쟁. 과연 그럴까. 서로 수천억 달러의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뒤로 웃고 있는 승자는 따로 있다. 베트남·태국·인도·멕시코 같은 신흥국이다.
 

미 기업들 중국 대체할 국가 물색
공장 이전 검토, 상품 주문량 늘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에 법인을 둔 430여 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들의 3분의 1이 생산 기지를 옮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기업이 이전 대상지로 첫손에 꼽고 있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라고 보도했다. 18.5%가 동남아를 꼽았고 범인도(6.3%), 미국(6.0%), 동아시아(4.2%)가 뒤를 이었다.
 
이미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가진 미국 기업은 중국 대신 동남아 공장에 주문과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월마트에 가구를 공급하는 베트남 가구회사 푸타이는 올해와 내년 수출 물량이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1000만 달러(112억원)를 추가로 투입해 공장을 2곳 증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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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중 무역 전쟁의 승자는 동남아 국가, 그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이라며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관세 등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로 외국인 직접 투자가 대규모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라보뱅크 홍콩지점의 아시아 금융시장 연구 책임자 마이클 에브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 경제권의) 분리는 세계 공급망의 거대한 전환과 이동을 가져오고 있다”며 “베트남과 태국, 인도, 멕시코가 승자”라고 말했다. 이들 나라에는 미국과 군사·경제적 우호 관계가 탄탄한 데다가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의 기능도 가진 신흥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의 선진국 생산기지 이전은 단지 미·중 무역 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중심으로 제조시장을 키우겠다며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정책에 맞선 사전 조치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변화가 단발성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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