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리수술 의사 진료 재개 … 복지부 뒤늦게 “자격정지 검토”

중앙일보 2018.09.20 00:02 종합 19면 지면보기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신 수술을 시켜 환자를 뇌사(腦死)에 빠트린 의사 A(46)씨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지 열흘만에 진료를 재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뒤늦게 자격정지 등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영업사원에 수술 맡겨 환자 뇌사
구속적부심 석방 … 열흘 만에 진료
“혐의 인정했는데” 정부 비난 빗발

19일 부산 영도구보건소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의 정형외과 원장 A 씨는 의료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7일 구속적부심에서 피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2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됐다. A씨는 환자들에게 진료 재개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석방 열흘 만인 지난 17일 병원 문을 열고 진료를 시작했다.
 
A씨는 지난 5월 10일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B(36)씨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환자 C(44)씨의 어깨 수술을 대신하게 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병원 원무부장은 환자에게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고 환자의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했다. 또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수술실 외부 폐쇄회로(CC)TV로 범행 장면을 포착하고 원장 A씨와 영업사원 B씨 등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얼마전 종영된 JTBC 드라마 ‘라이프’의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 수술과 빼닮았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A씨의 진료를 막을 길이 없다. 영도구 보건소는 주민 신고를 받고 A 씨의 진료 재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보건소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상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키면 각각 영업정지 3개월과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한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해야 처분할 수 있다”며 “검찰이 기소하면 영업정지·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하겠다고 통보(사전처분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허술한 의료법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제재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뒤에 행정조치를 한다. 하지만 언론 통해 알려진 것처럼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면 관할 지자체(보건소)에서 바로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라며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의사단체의 대처도 소극적이다. 의협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A씨에 대한 징계방침을 밝혔지만 12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징계 결정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의사협회 선거권·피선거권 박탈 정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일학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이런 경우 의료법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중앙윤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복지부에 해당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 단체가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