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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징역 6년 … “연기지도 아닌 상습 성추행”

중앙일보 2018.09.20 00:02 종합 19면 지면보기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사강간치상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사강간치상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유사강간치상·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부터 터져 나온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불거진 유명인의 형사사건 가운데 첫 실형 선고 사례다.
 

미투 유명인사 중 1심 첫 실형 선고
유사강간 따른 상해도 유죄 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부장 황병헌)는 19일 이같은 형을 선고하면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을 함께 명했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자로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리던 사람이었고 연희단거리패는 단원들뿐 아니라 연극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서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 상대로 안마를 시키거나 연기 지도를 하면서 오랫동안 지속적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은 8명의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고, 1명의 피해자에게 유사강간을 해 우울증을 앓게 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5월 첫 재판 때부터 이 전 감독은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지도 방식”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재판부가 이날 유죄로 인정한 내용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안마를 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게 하거나 발성 연습을 시켜준다면서 속옷 안으로 가슴을 만지는 일을 여러 명에게 반복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은 (이런 신체접촉이) 절정의 연기를 경험하기 위한 지도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명백한 추행”이라며 “피해자가 이를 참고 계속 안마를 했다고 해서 (성추행을) 무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확립한 연기법이 신체를 중시하는 것이고,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정도 신체접촉을 하는 것은 용인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부위와 강도가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였다면 성추행이고, 상대방이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이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일방적으로 한 것이고, 피해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 곧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단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으로 구성된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심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원회 소속 이명숙 변호사는 “그동안 ‘왜 노(no)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이유로 성폭력이 아니라고 본 사건들이 논란이 됐다”며 "이 사건은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하는 것은 성폭력이라고 인정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각계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이상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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