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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골머리 앓는 재계

중앙일보 2018.09.19 18:14
LG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서브원이 소모성자재(MRO) 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법인을 만든다.
 
㈜LG는 19일 “자회사인 서브원이 MRO 사업의 분할 및 외부 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서브원은 지주회사인 ㈜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6조8900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 중 MRO 비중은 60%가량을 차지한다. 서브원 측은 “사업 분할을 통해 비전을 갖고 MRO를 활성화할 외부 투자를 유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파트너에 대해선 “사모펀드 등과 다양하게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서브원의 이번 MRO 사업 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칼’을 뽑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공정위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놨다. 핵심은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관계없이 모두 20%로 일원화한 것이다. 서브원처럼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개정안대로라면 규제 대상 기업은 지난해 231개에서 607개로 대폭 늘어난다. 과징금도 두 배로 뛰고 총수 고발 조치도 이뤄진다. 개정안은 오는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이르면 2020년 시행된다. 해당 기업들엔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하이트진로·효성·LS그룹에 대해 계열사 부당 지원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LG실트론 인수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며 서울 서린동 SK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냈다.  
 
재계도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총수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는 게 급선무지만 일부 대기업은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방정식이 복잡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지난달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49%)을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다. 코오롱은 이 회장에게 신주 56만여 주를 발행했다. 이 회장으로선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벗어나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18일 보유 중이던 부동산 개발회사 SK D&D 지분(24%)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LS그룹 역시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가온전선 지분(37.62%)을 LS전선에 매각했다. 또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들어 부당한 내부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자체 감시 시스템을 갖췄다. 이해욱 대림그룹 부회장은 장남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개발업체 에이플러스디 주식을 계열사인 오라관광에 증여했다. 한화는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주식을 전량 보유하고 있던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존속)과 한화S&C(신설)로 물적 분할한 바 있다. 신설회사인 한화S&C 지분 44.6%를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에 넘겼고, 지난달엔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합병시켜 사익 편취 논란을 해소했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정몽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갖고 있던 현대글로비스·이노션 등 계열사 지분율을 각각 29.9%로 낮췄다. 이번에 규제 기준이 20%로 낮아지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서영이앤티 부당 지원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하이트진로 측은 “(서영이엔티에 대한) 계열사 지원을 줄이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정창욱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대기업 총수의 사익 편취로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본질”이라며 “(총수들이) 지분 매각으로 대응하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부당 지원이 사라져야 근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단기간에 강제하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는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강제적이다”며 “기업 성장 과정의 특수성과 운영 효율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이동현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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