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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지카바이러스 잡는 IFI6 유전자 기능 규명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지카바이러스 잡는 IFI6 유전자 기능 규명

중앙일보 2018.09.19 01:00
 
미국 UT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 연구진은 17일(현지시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지카바이러스ㆍ뎅기바이러스를 비롯한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인간의 간세포에 들어있는 1만9000여개 유전자의 기능을 하나하나 파괴해가면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IFI6'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해낸 것이다.
 
2016년 9월 28일,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소두증으로 태어난 신생아 호세 웨슬리 캄포스(Jose Wesley Campos)가 브라질 헤시피의 한 병원에서 울고 있다. 임산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에게는 소두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ㆍ황열바이러스와 함께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한다. [AP=연합뉴스]

2016년 9월 28일,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소두증으로 태어난 신생아 호세 웨슬리 캄포스(Jose Wesley Campos)가 브라질 헤시피의 한 병원에서 울고 있다. 임산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에게는 소두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ㆍ황열바이러스와 함께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한다. [AP=연합뉴스]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플라비바이러스 저항 유전자 연구에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쇼긴스 교수에 의해 진행된 이 연구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회지(Nature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비롯한 최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세포배양연구를 병행해 IFI6 유전자가 지카ㆍ뎅기ㆍ황열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소두증 유발... 공포로 출산 11만9000명 감소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년 1월 26일 기준 지카바이러스 발생국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공포로 2015년 9월~2016년 12월 사이 출산수가 11만9000여명이나 감소했다. [자료제공=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년 1월 26일 기준 지카바이러스 발생국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공포로 2015년 9월~2016년 12월 사이 출산수가 11만9000여명이나 감소했다. [자료제공= 질병관리본부]

 
플라비바이러스는 감염 경로에 따라 모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와 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로 크게 나뉘는데, 황열ㆍ일본뇌염ㆍ지카ㆍ뎅기바이러스 등은 모두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한다. 특히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확산하는 지카바이러스는 산모에게 감염될 경우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한 2015년 9월에서 2016년 12월 사이, 브라질에서는 예년 대비 출산이 11만9000여명이 감소했다. 황열병에 의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황열병에 감염된 환자는 총 1157명으로 보고됐으며 그중 342명이 사망했다.
 
1만9000여개 유전자, CRISPR 유전자 가위로 하나씩 '녹아웃' 시켜 발견 
IFI6의 플라비바이러스 면역 기능 규명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간 세포 내에 있는 1만9000여개 유전자를 하나 하나 파괴해 가며 그 기능을 규명했다. [AP=연합뉴스]

IFI6의 플라비바이러스 면역 기능 규명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간 세포 내에 있는 1만9000여개 유전자를 하나 하나 파괴해 가며 그 기능을 규명했다. [AP=연합뉴스]

 
연구진은 먼저 플라비바이러스의 일종인 황열바이러스가 간 기능을 저하시키는 점에 착안해 간 세포를 추출했다. 추출한 간 세포 내에는 1만9000여개의 유전자가 들어있는데 연구진은 수만 개의 세포를 대상으로 각 유전자 기능을 하나씩 파괴해 가면서, 어떤 유전자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지 연구했다. 
 
연구를 진행한 쇼긴스 교수는 "자명종처럼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깨우는 '인터페론'을 이용해 세포를 자극하면, 일반적으로 세포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저항하도록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 유전자가 파괴돼 바이러스에 저항하지 못하는 세포들이 있었는데, 이를 연구해 면역관련 유전자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녹아웃 스크리닝(Knock-out Screening)은 각 유전자를 파괴시켜 가며 기능을 검증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실험법이다. 연구진은 이에 더해 차세대 차세대염기서열해독법(NGS)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IFI6의 기능을 규명해냈다. [중앙포토]

녹아웃 스크리닝(Knock-out Screening)은 각 유전자를 파괴시켜 가며 기능을 검증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실험법이다. 연구진은 이에 더해 차세대 차세대염기서열해독법(NGS)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IFI6의 기능을 규명해냈다. [중앙포토]

 
그는 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덕에 세포에서 추출한 각 유전자가 인터페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며 "플라비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는 'IFI6' 연구를 수행하는데 유전자 가위 기술이 매우 효율적인 기술이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이런 연구 방식을 '녹아웃 스크리닝(knock-out screening)'이라고 한다"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거나, 반대로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세포 외에 다른 인체 내 세포들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카바이러스는 뇌 속 뉴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뇌세포를 추출하는 것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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