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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대 속 평양 정상회담, 비핵화의 기회이자 시험대

중앙일보 2018.09.19 00:21 종합 30면 지면보기
올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측 환대 속에 평양에서 시작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직접 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과 카퍼레이드에 사상 첫 예포 발사까지 준비하는 등 꽤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길가에 나와 한반도기와 꽃다발을 흔들며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사뭇 뭉클하기조차 하다. 2박3일의 일정 동안 곳곳에서 이런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게 틀림없다.
 

성과 없으면 중재자 노릇도 힘들어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협상 나서야

하지만 문 대통령과 일행은 이번에 왜 평양에 왔는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이렇다 할 결과 없이 계속 지지부진하다. “핵·미사일 리스트 제출과 같은 가시적 조치부터 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도 북한은 줄곧 선(先) 종전선언만을 고집해 북·미 간 협상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런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끌어내는 게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목적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철도·도로 업무를 책임진 공기업 대표와 대기업 총수까지 데려갔다. 자연히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의 방북 7시간 전,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려면 전 세계적 제재가 필수”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함부로 제재를 풀지 말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이런 나라 안팎의 압력을 무릅쓰고 문 대통령이 경제계 인사를 대동하고 간 심정을 북한 측은 헤아려야 한다. 어제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제는 정말 결실을 볼 때”라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성과 없이 그저 공허하기 짝이 없는 원론적인 비핵화 방침만 재확인한다면 “뭐 하러 갔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번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계속된 북한의 매력 공세에 빠져 할 일을 못 했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미국 측 신뢰를 잃게 돼 중재자의 역할도 못 한 채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만약 비핵화와 관련해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핵심 의제인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만 합의를 이뤄내도 문제다. 서해에서의 평화수역 조성이든, 비무장지대(DMZ) 내 초소 철수 등이 결정돼도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 핵 위협은 전혀 줄이지 못한 채 그저 우리의 빗장만을 푸는 꼴이란 비난이 당장 쏟아지기 십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동시에 크나큰 시험대다. 조만간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이 없으면 11월 미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떨어진 인기를 추스르기 위해 북한과의 긴장을 일부러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런 만큼 남북 두 정상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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