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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집값 전망 실패기

중앙일보 2018.09.19 00:21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3년 전 박근혜 정부 때 집값을 전망하는 글을 썼다. 나의 결론은 ‘3년쯤 뒤를 내다봤을 때 집을 사는 건 위험해 보인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는 쪽이었다. 근거로 ①금리 ②소득 ③인구 ④주택수급 등을 제시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얼 잘못 짚었는지 복기해 봤다.
 

소득 3만 달러 시대 맞아 도심 고급 주택 수요가 시장 주도
출산커플·서민 위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해야

첫째,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비슷한 보폭으로 따라 올릴 것으로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미 금리는 역전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아직 1.5%에 머물고 있다. 대출금리가 좀 올랐지만 예금금리는 여전히 쥐꼬리다. 괜찮은 투자처를 찾는 시중 유동성은 계속 넘쳐난다.
 
둘째, 한국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10배를 넘어 경계수준에 도달했다고 봤다. 선진국에도 10배 이상은 흔치 않다. 하지만 이는 평균을 얘기할 뿐,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공식이 허물어졌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출범과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 이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올 2분기를 봐도 잘사는 상위 20% 국민의 소득은 1년 전보다 10.3%나 늘어났다. 반면 하위 20% 소득은 7.6% 감소했다.
 
여유자금이 커진 고소득층은 서울 강남과 한강변 등에 쾌적한 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춘 집을 마련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방 제조업 벨트의 침체와 다주택자 규제가 맞물려 지방 부자들까지 서울로 올라와 집을 산다. 눈치 빠른 투기세력과 임대사업자가 여기에 가세한다.
 
선진 외국의 사례를 봐도 도심 부동산이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ICT(정보통신)·인공지능·서비스업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다. 도심은 양질의 정보와 인재가 모이고 문화와 소비를 즐기기에 유리하다. 교통과 교육은 기본이다.
 
셋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서울은 예외로 나타났다. 돈 많은 은퇴자들은 집을 줄이기는커녕 임대용으로 집을 더 산다. 결혼하는 자녀들 명의로 증여나 현금 대여 등을 통해 집을 사주기도 한다.
 
넷째,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로 좋은 주택이 꾸준히 공급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과잉 개발이익과 투기유발 등을 이유로 정부가 급제동을 걸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전반적인 수득수준의 향상과 소득 양극화, 산업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새집과 좋은 집에 대한 실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걸맞은 공급은 부족하다.
 
정부의 생각은 거꾸로다. 실수요자가 아닌 다주택 투기세력이 시장교란의 주범이라고 본다. 세금폭탄과 대출제한 등을 동원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신도시 추가 개발로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을 다시 떨어뜨릴 요량이다.
 
정부의 융단폭격으로 시장은 한동안 숨을 죽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좋은 집을 찾는 실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면 집값 양극화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고급 주택시장 동향에 연연하지 말고 서민과 특히 청년의 주거복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청년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도심에 청년들이 좋아할 소규모 임대주택단지들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도심의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늘어나는 주택을 공공임대로 돌리고, 개발이익도 적절히 환수하면 가능할 일이다. 서울 외곽의 미니 신도시 개발도 거의 전량 영구임대주택으로 하면 좋겠다. 좀 떨어져 있는 대신 도심과 직행하는 교통망과 육아·교육·문화 등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는 방식이다. 강남 부럽지 않은 주거환경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 청년들이 돈을 벌어 집을 장만하기는 힘든 세상이 됐다. 정부는 이것저것 다 하려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청년과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대량 공급, 이것만 잘하면 대성공이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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