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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거품 낀 프로야구, 샐러리캡 도입하자

중앙일보 2018.09.1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일부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년간 150억원을 받는 롯데 이대호. [뉴스1]

프로야구 일부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4년간 150억원을 받는 롯데 이대호. [뉴스1]

스포츠 재벌. 각고의 노력 끝에 부자가 된 운동선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10년 전까지 이 단어의 뉘앙스는 긍정적이었다. 수퍼스타가 획득한 부(富)는 명예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달 초 끝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팬들이 일부 선수들을 비난하는 뜻으로 쓰였다. 엄청난 돈을 벌지만, 그에 상응하는 기량과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로 퇴색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비자본주의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KBO리그 구단에 새로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원) 이하로 제한한다는 이사회의 의결을 발표하면서 곁들인 설명이다. 경제학자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가 ‘현재 KBO리그는 중재자의 개입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신호를 준 것이다.
 
이사회의 결의가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 계약한 외국인 선수에게만 상한액이 적용되면 기존 외국인 선수, 국내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갈수록 과열 양상을 보이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바뀌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됐다. 샐러리캡(Salary cap·연봉 총액 상한제)이나 사치세(Luxury tax·한도를 초과한 총연봉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이 정 총재가 말한 ‘비자본주의적’인 방법이다.
 
프로농구와 배구는 출범 때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팀 연봉 총액이 남자 농구는 24억원, 남자 배구는 25억원을 넘지 못한다. 프로야구는 FA 제도를 도입한 1999년 이후는 완전 자유경쟁 시장이다. 현재 4년 총액 10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가 3명(롯데 이대호 150억원, LG 김현수 115억원, KIA 최형우 100억원)이다. 이승엽(은퇴) 등 스타들이 도전했던 일본 프로야구도 한국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하지 못해 스카우트 경쟁에서 철수한 지 5년이 넘었다.
 
미국 4대 스포츠 연봉 상한

미국 4대 스포츠 연봉 상한

자본주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4대 스포츠도 제어 시스템을 갖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40인 로스터의 연봉 총액이 1억9700만 달러를 넘어서면 초과분의 17.5%를 사무국에 납부한다. 2년 연속 초과하면 30%, 3년 이상 초과하면 50%를 낸다. 류현진(31)의 소속팀인 LA 다저스는 2013년부터 5년 연속 사치세를 냈다. 사무국은 이를 선수단 기금 조성과 리그 균형 발전을 위해 쓴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풋볼(NFL), 북미아이스하키(NHL)는 아예 샐러리캡을 도입하고 있다. 리그에 속한 모든 팀이 같은(또는 비슷한) 출발점에서 레이스를 시작하자는 취지다. 그래야 경쟁이 더 공정해지고, 리그에 속한 팀들이 동반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했을 때 최저 연봉은 600만원이었다. 박철순·김재박 등 최고 연봉 선수는 2400만원을 받았다. 격차는 4배였다. 올해 최저 연봉은 2700만원이다. 이대호의 연평균수입(37억5000만원)은 최저 연봉의 139배다. 팀 평균 연봉도 최고(KIA 2억120만원)와 최저(KT 1억559만원·신인과 외국인 제외)의 차이가 작지 않다.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KBO리그는 지난 10년 동안 인기에 취해 있었다. 단기간 내에 선수들의 몸값이 급격히 오른 탓에 거품이 커졌다.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FA 몸값만 급격히 올랐다. 그러나 스포츠 재벌이 KBO리그의 품질을 올릴 수 없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규제가 필요하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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