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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넘어서야 공감했던 어머니의 꽃무늬 패션

중앙일보 2018.09.17 13:00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9)
“어! 옷장 속이 제법 환해졌네?” 그간 남편 옷장과 내 옷장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혹 분홍빛 스카프가 걸린 거만 빼면 무채색 옷과 우스갯말로 스님 패션이라고 불리는 잿빛 옷이 온통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주, 여름옷을 정리하기 위해 무심코 연 옷장 속은 낯설게도 의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홍 재킷도 보이고 연둣빛 셔츠, 꽃무늬 원피스까지 여봐란듯이 고운 모습을 하고 있는 거다. 언제 이렇게 된 걸까?
 
분명 가을옷을 새로 걸어두려 했는데…. 문득 옷장이 환해지면 인생도 무르익는다는 소설 속 구절이 생각났다. 아! 나도 이젠 꼼짝없이 중년이구나! 몸은 진작부터 중년이란 신호를 여기저기서 보내고 있었건만 이 마음이란 철없는 녀석은 아직도 그걸 모른 체하고 있었던 거다.


텃밭에서도 고운 옷을 즐겨 입으시던 어머니
집 앞 텃밭에서 소일 중이신 어머니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그림 홍미옥]

집 앞 텃밭에서 소일 중이신 어머니 by 갤럭시 노트5 S노트. [그림 홍미옥]

 
신혼 시절, 어설픈 며느리였던 난 시어머님의 생신을 맞이해 선물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고민 끝에 ‘백화점 2층 옷’ 그러니까 일명 ‘마담 브랜드’를 찾아갔다. 
 
키가 훌쩍 큰 마네킹이 입고 있던 은은하고 고상한 연회색 블라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봐도 우아하고 멋진 거로 봐서 분명 어머님도 좋아하실 거야.’ 의기양양해진 난 선물을 드리면서 “어머니, 이거 입고 교회도 가시고 그러세요. 고상하고 멋지죠?”라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칭찬은 뒤로하고 옷을 바라보시다가 돈도 없는데 뭘 이런 걸 사오느냐며 연회색 블라우스를 슬그머니 장롱에 넣어두신다.
 
그 후로도 젊은 며느리가 내미는 벨트로 여미는 주름치마, 반소매가 시원해 보이는 여름 롱 재킷 등은 어머니의 마음에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백화점의 마담 브랜드는 고상한 색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몸값을 톡톡히 할 줄 알았는데 이걸 어쩐다?
 
남대문 의류상가. 가게 주인장은 작은 꽃무니가 화려한 분홍재킷을 권하며 나이가 들수록 밝고 환한 옷을 사드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 홍미옥]

남대문 의류상가. 가게 주인장은 작은 꽃무니가 화려한 분홍재킷을 권하며 나이가 들수록 밝고 환한 옷을 사드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 홍미옥]

 
그러던 어느 날, 남대문 시장에서 어르신들 옷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주인장은 작은 꽃무늬가 화려한 분홍재킷을 내게 권하며 나이가 들수록 밝고 환한 옷을 사드려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 반소매보다는 팔부 소매가 좋고 길이는 짧아도 주머니가 있어야 하며 하의는 고무 밴딩이면 만점이라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건 밝고 화려한 색이라는 것이었다.
 
아, 맞다! 미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며느리는 겉보기에만 멋있는 불편한 디자인의 옷, 고상하기만 한 어두운색 옷을 골라 드렸던 거다. 집 앞 텃밭에서 소일을 하실 때도 화려한 꽃무늬 일바지를 즐겨 입으시던 어머니였는데 말이다. 그것뿐인가? 플라스틱 분홍 고무신은 어머니 패션의 마침표가 아니었던가!


딸 가진 할머니들은 예쁜 옷만 입는다는데
그날 이후로 남대문 시장의 어르신들 옷가게는 내 단골 가게가 되었다. 물론 분홍, 보라, 하늘빛 꽃무늬 옷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친근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별 쓸모없어 보이던 스웨터나 블라우스의 주머니도 어머니의 요긴한 패션아이템으로 변신한 건 당연했고. 외출하실 때면 이 나이에 이런 색깔은 좀 부끄럽다 하시면서도 화사한 스웨터를 꺼내곤 했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젠 나도 한여름에 팔꿈치를 덮는 옷을 찾는 나이가 되었다.
 
세월이 지나 우연히 책상 서랍 속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예의 알록달록 꽃무늬 패션과 분홍 신의 어머니가 계셨다. 문득 무려 여섯 명의 아들을 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딸 가진 할머니들은 밝고 예쁜 옷만 입고 아들 가진 할머니들은 칙칙하고 늙어 보이는 옷만 입는다고 하더라.” 아, 어쩌나? 나도 아들만 있는데. 하하하핫!
 
오늘의 드로잉 팁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드로잉 앱이 개발됐다. 그 많은 걸 다 이용하기는 무리겠지만 어떤 앱이 있는지 두 종류만 간단히 알아보기로 한다.
 
1.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을 원한다면 스케치북(SketchBook for GALAXY)
Autodest SketchBook. 매우 다양한 브러시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 홍미옥]

Autodest SketchBook. 매우 다양한 브러시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 홍미옥]

 
매우 다양한 브러시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거의 모든 기종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이용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기능이 담겨 있어 그 사용법을 알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가장 인기 있는 드로잉앱 중 하나다.
 
2. 수묵화 느낌의 그림을 원한다면 젠 브러시(Zen Brush)
Zen Brush. 마치 화선지에 글씨를 써 내려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홍미옥]

Zen Brush. 마치 화선지에 글씨를 써 내려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홍미옥]

 
아주 심플한 드로잉 앱이다. 하지만 마치 화선지에 글씨를 써 내려 가는 듯한 느낌이어서 색다른 경험이다. 최근 인기인 캘리그라피를 응용한다면 아주 유니크한 작품을 만날 수도 있겠다. 올가을, 나도 사임당이 되어보고 싶다면 젠 브러시를 다운 받아 접속해 보는 건 어떨지?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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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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