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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국경을 넘는 일

중앙일보 2018.09.17 00:36 종합 31면 지면보기
국경을 넘는 일 
-임경섭(1981~ )
 
시아침 9/17

시아침 9/17

                                        살아 있는 한  
 넘지 못할 국경 한군데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그러나 넘으려 하지 않는 국경은
                             누구에게도 없네
 
세 살 난 쿠르디는
가족과 함께
만선이 된 조각배를 타고
에게 해의 광활한 국경을 넘고 있었다
 
 
우리 단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시끄럽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을 즈음이었다
 
  
나라 없는 쿠르드족 아이. 아니, 아기. 쿠르디는 겨우 세 걸음쯤 걸었는데, 곧 자는 듯한 모습으로 해변에서 발견될 것이다. 신은 죽음의 땅에서 그를 안아 올려주는 걸까. 삶이 불가능한 곳에선 넘지 못할 국경이 넘어야 할 국경이 된다. 시인은 그 바다에 이쪽의 평화를 견주곤 더 말을 잇지 못한다. 말이 전문인데도.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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