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시론] 예체능계 특례제도는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8.09.17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특례 적용 소식이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국민개병제를 택한 나라에서 특혜로 인식되는 예술체육요원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를 포함한 병역특례제도는 박정희 정부 때인 1973년 도입됐다. 최초에는 ‘병역특례 규제에 관한 법’이라는 개별법으로 존재했다. 그러다 80년대 이후 저출산 추세로 병역 자원이 감소하자 적용 대상이 축소됐고, 84년 병역법으로 포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혜 시비의 반복에 따라 편입 기준도 변화됐다. 어떤 때에는 국민적 인기 종목과 관심에 따라 특정 대회가 포함되기도 했다. 국위선양 판단 기준이 왔다 갔다 하며 고무줄 잣대라는 국민적 불신을 불러오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적용 기준이 재설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 기준인들 국민과 청년 병역 의무자들이 만족할만한 정도로 국위선양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순수음악이 아닌 대중음악, 인기 종목·대회가 아닌 비인기 종목을 포괄한다고 될 것인가.
 
예체능요원이라는 특례제도가 존속되는 가운데 특정 종목·분야 중심으로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것에 대한 찬반과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은 다르다. 병역특례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편입 기준에 대한 상대적 형평성을 논하는 것이지 제도 자체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제는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유지 필요성 및 도입 취지 등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할 때다.
 
예체능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역특례제도는 징병제를 유지하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도입되지 않는 독특한 제도다. 최초 도입 당시 유신독재체제였던 박정희 정권의 홍보성 기획에서 시작되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예술체육요원 제도이다. 냉전 시기 남북한 관계에서 체제 우월성을 경쟁해야 하고, 경제적 억압과 개발 독재를 통한 산업화와 수출 증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 엘리트 스포츠 스타의 활약과 우승의 국민적 치유 효과는 대단했다. 물론 선수 양성이 체계적이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엘리트 중심의 체육 육성 제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시론 9/17

시론 9/17

현재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엘리트 중심 체육이 아니라 생활 체육 시대이다. 시대 환경 변화와 국가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볼 때 특례제도 유지는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국위선양은 중요하다. 문제는 여전히 개인 몇 사람의 국위선양에 기대야 할 만큼, 또 그로 인해 국가 운영을 위한 주요 기반 제도를 비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할 것인가이다. 병역제도에 기댈 것이 아니라 두터운 잠재 선수층과 예술인 확보, 병역 의무기간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예술 체육인으로 정상적인 복귀와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 뛰어난 예체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예술과 체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길이야말로 병역제도는 물론 예체능 분야의 정상적 발전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특례제도의 문제는 예체능 분야만을 포괄하고 있지 않다. 예체능 분야 특례는 연간 편입되는 인원이 100명 이하로 군에서 필요로 하는 병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의무경찰을 포함한 전환 복무 인원과 산업기능 및 전문연구요원 등의 대체 복무까지 포함하면 연간 2만명 이상이 현역 복무가 아닌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국방부에서 발표했듯 미래의 청년층 인구 규모 감소를 고려할 때 이제 대체복무제도는 폐지해야 할 때다. 물론 군의 인력 운영 환경이 대폭 변화돼 병역의무 이행을 해야 할 인적자원이 남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병역의무의 근본 취지상 현역 복무를 제외한 다른 제도를 통한 대체복무제도 유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서는 특례제도라는 예외를 두어 병역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고 있다.
 
이제 특례제도에 대한 찬반 논의를 반복하는 기준 개선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또 개인 노력과 그 노력이 국민에게 준 기쁨과 국위선양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여서도 안 된다. 개인 또는 특정 종목·분야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보다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그러한 방향성은 특례제도의 폐지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폐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군과 국방 차원에서도 다양한 예체능 분야의 인력이 본인의 자질 특성을 살려서 복무할 수 있는 특기 분야 세분화와 개발 노력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