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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창조적 비핵화 제안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8.09.17 00:23 종합 34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 때 잠시 북쪽 땅을 밟긴 했지만 공식 방북에 해당할 평양 방문은 처음이다. 이전 두 차례 당일치기 회담과 달리 2박3일 일정이어서 솔직하고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어제 90여 명의 선발대가 북으로 향했고, 200명 규모의 우리 측 수행원 명단도 확정됐다. 주요 대기업 인사를 비롯해 각계각층이 망라된 수행원 면면에서 보듯 남북 교류와 협력에 공을 들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운명의 남북 정상회담’ 한 주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문 대통령 방북에 큰 기대를 가지며 또 응원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국면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달라는 마음에서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6월 열렸지만 북·미 비핵화 대화는 앞으로 더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종전선언이 우선이라는 북한과 비핵화 조치부터 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문 대통령 방북의 최대 의미는 따라서 어떤 중재안으로 이 같은 북·미 대립 상황을 해소하느냐에 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창조적인 비핵화 제안을 기대한다. 그 방안은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해도 좋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이 비핵화 이행과 관련해 성의를 보이라고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게 돼야 한다. 행동이 생략된 말로써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구두 약속 정도나,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북한 ‘나홀로 핵 폐기’ 행위만으로는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북한이 ‘신고→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의 첫 단추인 신고 부분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비핵화엔 관심이 없고 제재 해제만을 노린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최근 원로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현재 핵’ 포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걸맞은 결과를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삼세번 세 번째인 이번 만남에서 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북의 가장 중요한 미션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은 비핵화 속도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임을 당부하는 바다. 공교롭게도 미국은 문 대통령이 북으로 향하는 날 대북제재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가 자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은폐하려 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문 대통령 말대로 비핵화와 남북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칫 남북 경협에 너무 앞서가며 매달릴 경우 미국과 불편해질 우려가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사흘 방북 일정의 에너지 대부분을 비핵화에 쏟아야 한다. 여기서 진전이 이뤄지면 경협을 위시한 남북 화해와 발전의 진정한 봄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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