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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김정은을 달래듯 야당도 설득해보라

중앙일보 2018.09.17 00:22 종합 35면 지면보기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 평양으로 간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노 전 대통령이 넘었던 판문점 경계선을 벌써 두 번이나 넘었다. 내일은 김 전 대통령이 열었던 서해항로로 평양에 들어간다. 두 대통령이 한 일을 모두 해낸 셈이다.  
 
필자는 2000년 평양 정상회담을 취재했다. 첫 남북 정상회담에 얼마나 흥분과 감동이 넘쳤는지 직접 보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남 비행장에 도착해 “이제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곧 서울로 내려오고, 기차로 유럽까지 달려가는 꿈을 꿨다.
 
문 대통령은 벌써 세 번째 회담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다. 과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보다 확실히 멀리, 더 빨리 달려가겠다는 의욕이 넘칠 만하다. 그는 외국 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 합의는 정권이 바뀌면서 도루묵이 됐다.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합의들은 왜 뒤집혔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을 겨우 2개월 앞두고 10·4 선언에 합의했다. 막대한 북한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본인이 집행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의 동의는 차치하고, 협의도 없었다. 설득보다 ‘대못’을 박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국 휴지조각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 내용을 판문점 선언에 모두 넣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대못을 박아놓으려 한다.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진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을 넣으려면 야당과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예산이 필요하고, 국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시간에 쫓겼다. 문 대통령은 다르다. 그런데도 방법은 닮았다.
 
김진국칼럼

김진국칼럼

여당과 야당, 북한과 미국, 모두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야는 국내 정치적 이해만 뺀다면 운명공동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도 협상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정작 국내에서 손을 잡지 못하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과의 협력도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다. 한·미 공조 없는 일방 질주는 성공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눈을 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이 통일에 앞서 주변국 설득에 기울인 노력을 생각해 보라. 오늘날 우리 통일 방안의 모태가 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야당과 함께 다듬은 결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에 가기 전 미국 등의 지지부터 받아놓았다.
 
한국의 북한 석탄 밀수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북제재에 구멍을 낸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문을 연 14일 미국 재무부는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10·4 선언만 서랍에 들어갔던 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임기 말까지 북한의 냉대를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 비준을 받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파기하려 했다. 핵무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한 언제든 원위치할 수 있는 불안한 협상이다.
 
가장 좋은 설득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마음을 얻으려면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면 믿을 수 없다. 더구나 정치에서는 절차와 형식이 중요하다.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의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나. 좁은 판문점에서 국군 의장대는 왜 동원했나.
 
거기에 비하면 정당 대표들을 평양회담에 초청한 방식은 너무 무성의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으로 통고했다. 표현도 설득보다 훈계와 조롱에 가깝다. 임 실장은 정당 대표들을 ‘꽃할배’라고 불렀다. 문 대통령은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달라”고 질타했다. 야당 대표에게 하는 말인지, 김정은 위원장이 들으라고 성의를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개헌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국회에는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정말 개헌을 원한다면 협의를 해야 했다. 여당에 맡겼어야 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표를 듣고 “절묘한 수”라고 무릎을 쳤다. 개헌 논의를 잠재우면서 책임은 야당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반복된 국회 무시가 진심이라면 더 걱정이다. 정치를 그렇게 배웠다는 말이다.
 
문제는 마음이다. 국회는 국정의 파트너다.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면 대화할 수 없다. 북한에 동조해 포용하자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 노력을 흉내만 내도 야당이 달라지지 않을까. 회담 이후라도 늦지 않다. 내부부터 다져야 한다. 야당도 문제가 많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일차적 책임은 집권 세력의 몫이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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