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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도, 세계선수권 단체전 준우승...결승서 일본에 분패

중앙일보 2018.09.16 17:25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중국 선수와 브라질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모두 단체전 준우승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중국 선수와 브라질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 모두 단체전 준우승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국 검도가 또 한 번 일본의 벽에 가로막혔다.  
 
남자검도대표팀은 16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1-2로 져 준우승했다. 조별리그 후 폴란드(3-0승), 프랑스(3-2승), 미국(2-0승)을 연파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마지막 상대인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아쉬운 패배를 허용했다.  
 
선봉(첫 번째 선수)으로 나선 박병훈(33ㆍ용인시청)이 마에다 야스키를 상대로 머리 공격을 주고 받아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2위(두 번째 선수) 박인범과 중견(세 번째 선수) 이강호가 각각 호시코 케이타와 다케노우치 유야에게 0-1으로 져 벼랑 끝에 몰렸지만, 부장(네 번째 선수) 장만억이 일본 최강자 니시무라 히데히사에 2-1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장만억은 먼저 머리 공격을 허용한 뒤 두 번 연속 머리를 정확히 타격해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양 팀 주장(다섯 번째 선수) 조진용과 안도 쇼의 마지막 대결은 지난 14일 열린 개인전의 리턴 매치라 더욱 뜨거웠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조진용이 머리 공격을 한 번씩 주고 받아 1-1로 맞선 상황에서 마지막 힘을 냈지만, 추가 득점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개인전에서 안도에게 분패해 2위에 그친 조진용이 설욕하지 못하고 아쉬운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면서 5경기 합산 전적 1승2패로 한국의 준우승이 확정됐다.
 
한국은 지난 2006년 대만에서 열린 제13회 대회 이후 통산 두 번째 단체전 우승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2년 전 첫 우승 당시에는 일본이 4강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긴 미국에 패한 상황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88년 이후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한국이 사상 최초로 일본을 딛고 정상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견고했다.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영국 선수(왼쪽)가 벨기에 선수를 상대로 머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영국 선수(왼쪽)가 벨기에 선수를 상대로 머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검도는 일본과 견줘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련 인구 1000만 명을 헤아리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50만명 안팎이다. 일본 대학부 검도팀이 200여 개인 반면 한국은 23개에 그친다. 그럼에도 경기력 면에서는 두 나라가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도 관계자들은 “한국과 일본 엘리트 검도 선수들의 경기력 차이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번번이 ‘극일(剋日)’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이유 중에는 일본 검도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심판진의 분위기도 있다. 결승전에서 선봉 박병훈과 중견 이강호가 상대 선수의 머리를 정확히 타격하고도 득점으로 인정 받지 못하자 경기장이 야유로 물들었다. 주장 조진용이 안도의 손목과 머리를 연속으로 타격한 직후에도 심판진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검도팬 알렉산더 호리 씨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세 번 연속 현장에서 지켜봤다”면서 “결승전을 할 때마다 판정과 관련해 불상사가 이어진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 등 과학의 힘을 이용하면 판정 논란을 없앨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검도는 머리, 손목, 목, 허리 등을 정확히 가격하면 점수를 얻지만, 득점 판정에 대한 심판의 재량권이 크다. 공격하고자 하는 의지와 과정, 정확도 등이 모두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득점으로 인정하는데, 이를 ‘기검체(氣劍體) 일치’라 한다. 공격을 마친 직후에도 바른 태도와 자세를 유지해야하는데, 이를 ‘존심(尊心)’이라 부른다. 두 가지 중 한쪽이라도 기준에 미흡하면 공격에 성공하더라도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무도로서 검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준이 오랜 기간 일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선수단은 ‘압도적이지 못하면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각오로 ‘극일(克日)’을 준비해왔다. 결과적으로 압도하지 못했고, 우승의 영광 또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인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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