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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도 한 가족”…경찰 도움으로 결혼한 40대 탈북민

중앙일보 2018.09.16 15:42

나 홀로 탈북 40대 남녀, 경찰 도움으로 결혼
부모 역할도 경찰과 보안협력위원들이 맡아
결혼비용도 성금 모아 일부 지원, 후견 지속
부부 “경찰 도움 보답하기 위해 잘살겠다”

16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웨딩홀에서 40대 탈북민 부부가 경찰관과 경찰서 보안협력위원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 군포경찰서]

 
16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웨딩홀.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고 신랑 신부 입장에 이어 성혼선언으로 이어지는 결혼식이 열렸다. 양가 부모도 자리에 앉아 있고 하객도 50여명이 모였다. 
여느 결혼식과 비슷해 보였지만 이날 결혼식은 아주 특별했다. 신랑(44)과 신부 (41) 모두 탈북민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북의 부모를 여의거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이고, 남한에는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이 없는 나 홀로 탈북민들이었다. 신랑 박모씨와 신부 오모씨는 4년 전 북한을 탈출했다. 박씨는 북에서 홀어머니와 생이별 후 탈북했고, 신부는 북에서 부모과 양부모가 모두 돌아가시자 탈북했다.
 
 신랑 신부 부모석에 앉아 부모 역할을 한 이들도 모두 경찰관이나 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위원들이었다. 하객도 경찰관과 보안협력위원, 탈북민이었다.

16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웨딩홀에서 40대 탈북민 부부가 경찰관과 경찰서 보안협력위원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 아버지 역할을 맡은 채수광 군포경찰서 보안계장(오른쪽). [사진 군포경찰서]

 
이 결혼식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채수광 군포경찰서 보안계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는 탈북민 가운데 40대 남녀가 서로 1년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결혼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은 비슷한 처지를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만난 직후부터 사실상의 부부로 지내오면서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아내는 임신 상태였다.  
 
 영구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며 중장비 일을 하는 남편과 임신으로 집에만 있는 아내의 입장에선 많은 돈이 드는 결혼식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조차 없어 초청할 결혼식 가족 하객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

16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웨딩홀에서 40대 탈북민 부부가 경찰관과 경찰서 보안협력위원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 군포경찰서]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채수광 계장은 이들의 결혼식을 성사시켜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경찰관들과 보안협력위원회 위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모두 흔쾌히 도와줬다. 결혼식에 앞서 부모 역할을 맡은 채수광 계장과 보안협력위원들은 신랑 신부의 양부모가 돼 최근 상견례까지 마쳤다. 결혼식 비용은 신랑이 모아둔 700만원에다 보안협력위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보태 마련했다.  
 
이뿐 아니었다. 결혼식 주례는 남기동 보안협력위원장이, 사회는 경찰서 보안과 이종필 경위가 각각 맡았다. 동료 탈북민 40여 명도 이날 결혼식 거행을 거들고, 하객이 돼 결혼식을 빛내줬다. 
 
결혼식을 마친 후 신랑 박씨는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가족이 되어 결혼식을 도와주신 많은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앞으로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신부 오씨는 “부모 역할을 대신해주며 결혼식까지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 덕분에 절대 외롭지 않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16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한 웨딩홀에서 40대 탈북민 부부가 경찰관과 경찰서 보안협력위원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사진 군포경찰서]

 

군포=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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