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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일본을 뒤흔들다

중앙일보 2018.09.16 14:50
 두 여성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헤이세이(平成·1989년부터 일본의 연호)를 상징하는 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40), 그리고 일본인으로는 첫 테니스 메이저 타이틀(US오픈)을 거머쥔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0)다. 
 
1992년 데뷔이래 25년 동안의 화려했던 무대를 떠나는 아무로의 뒷 모습엔 눈물과 감사가,향후 세계 테니스계를 이끌 재목으로 꼽히는 오사카의 잠재력에는 뜨거운 기대감이 쏟아지고 있다.  
전성기의 아무로 나미에 [중앙포토]

전성기의 아무로 나미에 [중앙포토]

 
# 16일 은퇴하는 아무로 나미에의 마지막 공연 무대는 15일 고향 오키나와(沖縄)였다. 행사장인 기노완(宜野湾)시 컨벤션센터에선 관객 3500여명이 그의 마지막 공연을 지켜봤다, 
 
 건물 밖에도 표를 구하지 못한 1000명 넘는 팬들이 행사장 안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귀를 감싸며 필사적으로 들었다. ‘Chase the Chance’,‘CAN YOU CELEBRATE?’,‘NEVER END’,‘Hero’ 등 수많은 히트곡들 중 8곡을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열창했다. 공연이 끝난 뒤엔 여기저기가 눈물 바다가 됐다.  
 
10대에서 40대까지 네 연령대에서 모두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유일한 일본인 가수, 노래와 안무ㆍ패션에서 팬들을 매료시키며 ‘아무라 현상’으로 불리는 열병을 낳았던 이 아티스트는 지난해 40세 생일(9월20일)에 “내년 생일 전에 은퇴하겠다”고 갑작스럽게 선언해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는 다짐한대로 이날 “여러분 감사했습니다”라며 무대를 떠났다. 
 
오키나와 출신의 그에겐 “1972년 일본 영토로 편입된 뒤에도 여전했던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 사이의 거리감과 편견을 줄였다”는 평가도 따른다.
 
 중학교 졸업 직후 데뷔, 인기 절정이던 20세때의 결혼과 출산, 1년간의 출산 휴가와 복귀, 이혼 뒤 싱글맘으로서 육아와 음악의 병행 등 ‘내 스타일 대로,나 답게’라는 신념은 그의 인생과 음악 모두를 관통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가 데뷔했던 1992년부터 2018년까지의 활동과 일본 사회의 주요 사건을 대비시키며 ‘헤이세이의 노래하는 공주가 떠났다“,”한 시대가 마무리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16일자 아사히 신문 4개면에 걸쳐 실린 아무로 나미에 특집 광고.서승욱 특파원

16일자 아사히 신문 4개면에 걸쳐 실린 아무로 나미에 특집 광고.서승욱 특파원

 
도쿄 나리타 공항에선 이날 공연 관람객들이 ‘아무로 제트’란 이름이 붙은 항공기를 타고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아무로의 은퇴를 기념해 지난 5월 특별히 디자인된 항공기다.
 
아무로의 얼굴과 팬들의 메시지로 치장한 대형 차량 2대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오키나와까지를 달렸다.
 
또 16일 아사히 신문엔 “우리에게 진정한 영웅은 당신이었다”는 메시지와 팬 4846명의 이름이 실린 특별광고가 4개 면에 걸쳐 실렸다. 
 
# “나오미라는 이름의 손님에겐 돈가스 정식을 공짜로 드립니다.~”
US오픈을 제패한 오사카 나오미가 3살까지 살았다는 오사카의 한 식당이 만든 이벤트다. 
 
그가 우승 뒤 가장 먹고 싶은 음식들 중 하나로 돈가스을 꼽았기 때문이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나오미'들은 1380엔(약 1만4000원)짜리 돈가스 정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 
 
13일 일본에 금의환향한 뒤 인터뷰를 하는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

13일 일본에 금의환향한 뒤 인터뷰를 하는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

21일까지 이어지는 이 이벤트엔 실제로 신분증을 들고 식당을 찾는 '나오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 나오미의 일거수일투족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면서 ‘나오미 열병’이란 말이 생겨났다.
 
그가 좋아한다는 도쿄 하라주쿠(原宿) 디저트 전문점의 녹차 아이스크림엔 ‘나오미 스페셜’이란 이름이 붙었다.850엔 짜리 아이스크림이 당분간 500엔으로 할인돼 팔린다.  
 
오사카를 지원해온 한 식품업체의 주가가 US오픈 대회 기간중 오르자 해당 업체는 그의 우승을 기념하는 컵라면까지 출시했다. 
 
오사카가 즐겨 찾는다는 도쿄돔 주변 놀이동산과 화장품 가게 등엔 손님들이 몰리고, US오픈 결승전에서 착용했던 손목시계도 8만엔(약 80만원)가격의 ‘나오미 모델’로 곧 출시된다.
 
그와 자동차 업체 닛산 자동차와 스폰서 계약을 맺자 “나오미라는 차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한해 계약금만 9억엔(약 9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오사카와 체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언론들은 “아디다스에서 매년 11억엔을 받는 축구선수 메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9일(한국시간) US오픈 결승전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왼쪽).[로이터=연합뉴스]

9일(한국시간) US오픈 결승전에서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오사카 나오미(왼쪽).[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일본에 금의환향한 오사카는 17일부터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지난해까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소규모 대회지만, 오사카의 출전으로 벌써부터 일본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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