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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기·금융제재 다 뚫렸다"…文 방북 전날 안보리 소집

중앙일보 2018.09.16 13:10
3차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17일 긴급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니키 헤일리 미 유엔대사. [신화=연합뉴스]

3차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17일 긴급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니키 헤일리 미 유엔대사. [신화=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망이 석유ㆍ석탄은 물론 무기ㆍ섬유 밀수, 금융거래까지 전방위로 구멍이 뚫렸다는 새로운 유엔 보고서에 미국이 발칵 했다. 니키헤일리 미 유엔주재 대사는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나서 17일 오전 긴급 안보리 회의를 소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가는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날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건 러시아와 중국의 제재 위반이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는 14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일부 회원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약화하고 방해하는 활동들과 관련해 미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및 집행을 논의하기 위해 월요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이와 관련 "새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의 불법 무기 판매와 위장된 연료 선적, 불법 금융거래의 최신 증거가 담겼으며 국제 경제제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입수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ㆍ예멘ㆍ리비아와 다른 세계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아 오다가 적발됐다. 유엔 조사관들은 시리아 무기밀매상이 북한이 예멘 후티족 반군에 탱크와 로켓추진수류탄(RPG), 탄도미사일을 수출하는 거래를 중개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밀매상은 북한이 대전차 무기체계를 수단에 수출하는 거래도 주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보고서는 또 북한 무기기술자들이 지난해 시리아 군사공장을 여러 번 방문했고, 올해 초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을 돕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동원된 ‘환적’을 통해 연료(석유 정유제품) 수입이 대규모로 증가했고, 북한이 중국을 향해 체계적으로 감시를 회피해 석탄을 선적한 사례도 무수히 명시했다.
유엔 조사관들은 보고서에서 “이런 제재 위반들이 지난해 부과된 석탄 수출 금지는 물론 북한의 원유(연간 400만 배럴) 및 정유(연간 50만 배럴) 수입 상한선을 무시함으로써 최근 유엔 제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1~5월에 북한 선박들이 중국 및 러시아 선박들과 해상 환적을 하는 수법으로 89차례나 불법 석유 화물을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데일리NK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말 세 배까지 치솟았던 북한 내 연료 가격이 거의 수입 쿼터 제한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패널 보고서 초안은 불법 환적에 동원된 러시아 기업 2곳과 선박 6척 이름까지 명시했지만, 러시아 측이 “미국 정보기관의 일방적인 허위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반발해 삭제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공개 반대로 보고서는 현재까지 비밀로 분류된 상태다. 그러자 헤일리 유엔대사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독립적인 유엔 대북제재 보고서를 마음대로 편집하거나 (공개를) 방해할 권한이 없다”고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 수정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약화 시도"라며 비판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 수정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약화 시도"라며 비판했다.[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도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를 수정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약화하려고 적극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보고서가 원본대로 발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북제재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완전하고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설득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엔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도 북한의 철ㆍ강철ㆍ섬유 및 식품과 기타 상품을 수천만 달러어치 사들였다고 성토했고, 섬유만 지난해 4분기 1억 달러어치 수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유엔에 보고한 500만 달러보다 20배에 달한다. 또 중국 내에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과 합작기업 200개를 발견했으며 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건설, 양식업까지 방대한 영역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조사관들은 러시아에서 이런 형태의 합작기업을 39개 찾아냈다.
 
유엔 보고서는 북한 은행 종사자의 추방 의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에선 북한 금융기관들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통해 북한이 불법 해외 수입을 수금할 수 있게 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이 북한 계좌들을 폐쇄했을 때 아시아의 다른 계좌로 자금을 쉽게 이체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융제재는 가장 저조한 이행과 적극적인 제재 회피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최소 5개국에서 북한 대리인들이 사실상 면책특권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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