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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조승우가 "혼자 튀는 원톱주연 의미 없다" 말한 이유

중앙일보 2018.09.16 13:05
영화 '명당'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명당' 촬영 현장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배우 조승우(38)가 19일 개봉하는 사극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 풍수지리로 조선시대 왕가의 운명을 바꾼 천재 지관 역으로 추석 표심 잡기에 나섰다.  
 
‘명당’은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영화 3부작의 마지막. 그가 연기한 지관 박재상은 조선 후기 세도가 김좌근(백윤식 분)에 아내와 자식을 잃고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 분)을 도와 복수를 꾀하는 사내다. 실제로 흥선대원군에게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라 조언한 지관이 있었단 역사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보탠 허구의 인물이다. “조승우가 곧 장르”라 호평 받은사회파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처럼 극의 전면에 나서기보단, 한발 물러선 역사의 관찰자에 가깝다.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박재상은 세도가와 흥선의 팽팽한 대결축을 받쳐주는 인물”이라면서 “묵직함을 잃지 않되 될 수 있는 한 튀려 하지 않았다. 요즘 관객에겐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필요한 역할이라 봤다”고 했다. 
영화 '명당'으로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조승우(38).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명당'으로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조승우(38).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가 처음 공개된 언론시사회(11일)가 끝나곤 표정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몸이 안 좋았다. 영화는 시나리오보다 월등히 잘 나왔단 느낌이었다. 그날 처음 봤는데 중반까지 휘몰아치듯 전개되는 속도감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상에서 많은 부분이 편집되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잘 전달됐다.”
어떤 부분이 편집됐나.  
“세도정치가 극을 향해 가고 있다는 시대 상황을 설명한 초반 장면들. 박재상이 가족을 잃기 전 친구 구용식(유재명 분)이 그를 찾아와 땅 보는 재주와 자신의 말재주를 합쳐 큰돈을 벌어보자 꼬셨던 긴 대화신도 빠졌다. 결국 13년 뒤엔 둘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왕실을 위해 말 한마디 잘못 뱉었다가 세도가 눈 밖에 나 모든 걸 처참히 잃고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박재상은 끝까지 올바르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시나리오에 끌렸던 점은.
“제 역할은 아니지만, 많이 보지 못했던 흥선대원군의 젊을 적 모습과 그가 변해가는 과정, 세도정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재밌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론 7년 전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을 같이했던 박희곤 감독님이 저한테 사극을 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영화 이후로도 사회인 야구를 같이하며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퍼펙트 게임’ ‘인사동 스캔들’도 그렇고 감독님의 역동적이고 빠른 템포 연출을 좋아하는데, 이런 장점이 접목되면 조금 색다른 사극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풍수지리에 대해선 관심 있었나.
“전혀 없었다. 역할을 위해 따로 지관을 만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조선 후기 궐 안의 지관이 하는 일이 오로지 왕의 릉을 조성하는 명당을 찾고 주변 조경을 가꾸는 등에 초점이 쏠렸단 사실은 흥미롭더라.”
13년 전 젊은 시절부터 중년, 결말부의 노년까지 직접 소화했는데.  
“처음엔 노년 모습이 적응이 안 돼서 되게 부담스러웠다. 막상 찍을 땐 나름 괜찮다곤 생각했는데, 관객들 반응이 어떨까 두렵다. 13년 전 장면은 감독님이 저한테 2주 시간을 주기로 했다. 살을 쪽 빼서 젊을 때를 차별화하려 했는데, 스케줄이 꼬이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된 것 같아 아쉽다.”
 
왼쪽부터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헌종(이원근 분), 흥선(지성 분).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왼쪽부터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헌종(이원근 분), 흥선(지성 분).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을 끄는 건 젊은 흥선의 모습이다. 권세가의 위악에 목숨을 부지하려 미친 척하며 감춰왔던 욕망을 폭발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 극적인 인물 곁에서 박재상이 끝까지 무게감을 잃지 않는 건 흥선을 통탄하며 지켜보는 그의 시선이 이 영화의 주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인간이 갖지 말아야 할 욕망을 꼬집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라 했다. 영화 ‘내부자들’(2015)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부각돼온, 권력 앞에 물러섬 없는 꼿꼿한 이미지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한 효력을 발휘한다.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이 영화로 세 번째 만난 유재명은 그를 두고 “승우씨랑 호흡을 맞출 땐 리액션만 해도 연기가 된다. 놀라운 배우”라 귀띔했다.  
 
‘하류인생’ ‘타짜’ 같은 데뷔 초 원톱 출연작과 달리 최근엔 여럿이 앙상블을 이루는 역할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원톱이다, 투톱이다 하는 건 부담만 심할 뿐 의미 없다. 어떤 작품 안에서 연기할 땐 상대배우들과 좋은 합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누구 하나만 우뚝 솟아있기보단 두루두루 같이 잘해나가는 걸 더 좋아한다.”
영화 '명당'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유재명과 조승우 촬영 막간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명당'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유재명과 조승우 촬영 막간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출연 작품을 택할 때 중시하는 부분은.  
“이미 봐왔던 형식에 소재나 캐릭터만 바꾼, 너무 예상이 되는 시나리오는 꺼린다. 얼마 전 ‘서치’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형식의 새로움으로 내용의 진부함을 정면돌파해서 성공한 작품이다. 전 TV 단막극 ‘이상 그 이상’, ‘암살’ 카메오 출연도 그렇고 역할이나 작품 크기는 별로 가리지 않는다. 시도 자체가 흡인력 있고 신선하다면 초저예산 독립영화도 기꺼이 할 것이다.”
배우로서 지키려는 본분이 있다면.  
“영화든, 뮤지컬이든 단순히 멋있어서, 재미로 보는 작품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사회적으로나, 인간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10년, 15년이 지나도 의미 있게 남는다. 지금껏 했던 작품은 다 그랬다는 게 저의 작은 자부심이다.”
 
얼마 전 종영한 의학 드라마 ‘라이프’에 대해서도 그는 “드라마로 다루지 않았다면 뉴스 한 켠에서 모르고 스쳐 지나갔을 의료 현실을 명확히 짚어냈다”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라 자부했다. 열린 결말에 대해선 “나름 정리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런 것들(의료민영화)은 몰려올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여기 계신 분들의 몫”이라고 극중 대학병원 총괄사장 구승효의 대사를 되새겼다.
영화 '명당'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명당'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오는 11월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2004년 처음 공연했던 작품이니 벌써 15년째다. 그는 “전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이걸 또 하면 지겨워하시지 않을까, 후배들 길을 막는 게 아닌가, 했는데 이 작품을 10년 기다렸단 분 얘기를 듣고 좀 아차 싶었다. 객석 수는 제한적이고, 티켓 전쟁이란 게 누군가에겐 상실감을 줄 수도 있더라. 이번 공연에 그분이 꼭 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같은 역할을 하다 보면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생긴다.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역을 스물일곱 살에 처음 했는데, 지하감옥에서 삶에 대해 말하는 대사가 쉽게 안 나왔다. 30대 돼서 할 때가 달랐고,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또 달라지는 소소한 것들이 있다.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다”고 했다.
 
그는 영화 ‘사도’에 OST 가수로만 참여한 적도 있다. 왕성한 무대 활동과 더불어, 연기 외에 음악경력도 쌓아갈 계획일까. 그가 뜻밖에도 단호한 답을 꺼냈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즐겨하진 않아요. 어릴 적 명절 때 외갓집에서 노래 한 곡 하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울었어요. 뮤지컬에서 노래는 노래라기보단, 연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죠. ‘사도’는 영화 ‘후 아 유’ ‘고고70’ 때 만났던 방준석 음악감독 제안을 듣곤 영화를 보고 결정했어요.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유아인씨와 송강호 형이 손을 넣어 얼굴을 어루만지는 걸 보고 진짜 많이 울었죠. 영화가 안 좋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 노래에 대해선 욕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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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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