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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악몽 선연한데…스멀스멀 살아나는 종목형 ELS

중앙일보 2018.09.1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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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40) 씨는 최근 종목형 ELS 가입을 고민 중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지수형 ELS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추락으로 손실을 내자 “이럴 거면 차라리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형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2014년 종목형 ELS 몰락을 벌써 잊은 거냐”는 주변의 우려에 선뜻 가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당시 대형주 위주의 종목형 ELS에 투자했던 동료는 박 씨에게 “하루하루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피가 말랐다”며 “지수형이 안 좋다고 무턱대고 종목형 ELS에 가입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2014년 이후 주춤하던 종목형 ELS가 최근 사모뿐 아니라 공모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H지수 추락으로 발행이 줄어든 지수형 ELS 빈자리를 종목형 ELS가 채우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공모 종목형 ELS 발행 금액은 1296억777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0억7175만원)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공모 종목형 ELS 발행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129건)보다 20건가량 증가한 151건이다.
 
종목형 ELS가 현저하게 감소했던 2015, 2016년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6년 같은 기간 공모 종목형 ELS 발행 규모는 228억3392만원에 불과했다. 2015년 같은 기간엔 533억3465만원이었다. 2014년 발행 규모가 4168억4052만원인 것에 비하면 약 10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든 셈이다.
 
2015~2016년 당시 종목형 ELS의 발행 규모가 크게 하락한 이유는 기초 자산이었던 대형주들의 주식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금호석유화학 등 종목형 ELS의 주요 기초자산이었던 대형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는 대다수가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때부터 종목형 ELS에는 ‘위험성’ 딱지가 붙었고, 발행 규모와 종목 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대우증권이 삼성SDI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종목형 ELS의 상환 평가일 당일에 삼성SDI 보통주 8만6000주를 매도해 중도상환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게끔 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중도상환조건 기준가격은 10만8500원이었는데, 대우증권의 장 종료 직전 매도로 주가는 10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2009년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대우증권을 고소했고, 6년만이었던 지난 2016년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나 투자원금 일부를 보상받게 됐다.
 
주식 폭락 및 주가 조작 사건을 겪고도 최근 종목형 ELS가 다시 성행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지수형 ELS의 매력이었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준 지수형 ELS의 77.1%가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H지수가 크게 추락한 데다가,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리며 85.5%가 기초자산으로 삼는 유로스톡스50지수의 안정성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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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금리도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종목형 ELS의 투자 가치를 부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에쓰오일 등 대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뿐만 아니라 아마존, 넷플릭스, 테슬라 등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종목형 ELS도 인기다. 해외주식 ELS의 경우 연 20%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도 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ELS는 저금리 시대에 예금에 비해 다소 높은 위험도와 다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니즈를 만족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목형 ELS의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본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증권사의 기초자산 다변화 시도로 사모 ELS 중 코스닥 상장 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도 있는데, 원금손실구간(녹인)에 진입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부터 NH투자증권은 유진기업과 에이치엘비, 우리기술투자 등 코스닥 상장 업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 ELS를 운영 중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도 “종목형 ELS는 개별 기초 자산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고려해 수익률도 높은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만큼 녹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ELS 구성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LS가 제대로 판매되는지 체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 창구 등 비교적 쉽게 일반인에게 판매되고 있지만, 제대로 위험성이 고지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도 연구위원은 “종목형 ELS의 변동성과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가 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ELS의 기초자산에 대해 일반 투자자에게 제대로 정보가 전달되는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 관행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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