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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도 탄 강남 유명 성형외과, 알고보니 '하얀 마약' 전문병원

중앙일보 2018.09.16 12:13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 내부. 평일 오후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이 병원 원장이 환자들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구속됐다. 왼쪽은 한 간호사가 프로포폴을 점검하고 있는 사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김민상 기자]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 내부. 평일 오후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이 병원 원장이 환자들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구속됐다. 왼쪽은 한 간호사가 프로포폴을 점검하고 있는 사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김민상 기자]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해 준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함께 적발된 사람 가운데는 프로포폴 투약에만 6개월 새 2억원 넘게 쓴 30대 남성 투약자가 있을 정도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홍모(50) 원장을 구속기소 하고 부원장과 간호조무사 등 이 병원 관계자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또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 1만여mL를 상습적으로 투약한 장모(32)씨와 장씨에게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공급한 전직 병원 영업실장 신모(43)씨를 적발해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원장 등은 4~6월 환자 10명에게 247회에 걸쳐 총 5억5000만원을 받고 프로포폴 총 2만1905mL를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진료기록부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진료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혐의도 있다.
  
홍 원장은 과거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성형외과 전문의였다. 하지만 홍 원장 병원의 병상 대부분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자들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해당 병원에 가보니 평일 낮 시간임에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해당 병원은 도산대로 변에 4층 건물 2개 층과 뒷골목에 1개 층을 사용한 대형 성형외과였다. 
인근 상인은 “2주 전부터 문을 닫았다”며 “점심시간에 왕래가 많은 평범한 성형외과라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마약에 취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얀 액체인 프로포폴은 정맥마취제다. 반응 시간이 짧아 전신 마취 유도제로도 쓰인다. 회복도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 외래 환자 수술과 내시경 검사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마이클 잭슨도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사망했는데, 그는 사망 전에 이 약을 ‘우유(milk)’라고 불렀다.
 
상습 투약자들은 수사 기관에 “잠을 자지 못해 투약했다”는 이유를 종종 댄다. 2012년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30대 여성에게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의사도 피해자에게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한국에서 프로포폴이 각종 범죄에도 악용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마약류로 지정했다. 하지만 프로포폴 과다 사용으로 인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에도 걸그룹 멤버가 포함된 투약자 5명이 입건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들도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수억원 빚을 지기도 했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투약이 어려워지자 이번 사건으로 개당 2908원에 불과한 앰플 주사액을 무려 171배 부풀려 불법 판매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 조사결과 홍 원장 등은 의료 목적과 무관하게 프로포폴 주사를 놔 달라는 내원객에게 20mL 앰플 1개당 50만원을 받고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홍 원장은 투약량 제한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약물을 주입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홍 원장 병원의 프로포폴 불법투약량과 범죄수익금이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 후 적발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서울시내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간호사가 프로포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4월 서울시내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간호사가 프로포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습투약자 장씨는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며 미용시술을 빌미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아 온 사실도 적발됐다. 장씨는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81차례에 걸쳐 무려 1만335mL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가 프로포폴에 쓴 돈만 2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절반은 전직 병원 영업실장 신씨에게서 산 것이었다. 장씨는 조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한 차례 기각됐는데도 또다시 프로포폴에 손댔고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장씨에게 총 1억원을 받고 강남의 호텔 등지에서 프로포폴 총 5000㎖를 투약해 준 전 병원 영업실장 신씨를 붙잡아 장씨와 함께 구속기소 했다.
 
상습투약으로 적발된 프로포폴 중독자 중에는 홍 원장의 병원에서 3달 동안 투약비로만 1억1500만원(4595mL 분량)을 쓴 30대 유흥업소 종사자도 있었다. 검찰은 이 외에도 홍 원장 병원에서 미용시술을 받은 것으로 속이고 프로포폴을 여러 차례 투약한 7명을 적발해 불구속기소하거나 약식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자가 61명에 이를 정도로 프로포폴 오남용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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