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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회장 딸 못 알아봐 경위서 썼다”는 주차 직원…‘울분’

중앙일보 2018.09.16 09:58
이른바 ‘VVIP’ 회원을 못 알아본 호텔 주차 서비스 직원이 문책을 당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VVIP는 이 호텔 모(母) 그룹 회장의 딸이었다.  
 
15일 KBS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A호텔에서 일하던 B씨는 지난 8월 22일 여느 때처럼 호텔을 찾아온 고객에게 주차 티켓을 줬다가 경위서를 써야 했다. B씨가 티켓을 준 고객 중에는 호텔 그룹 회장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A호텔은 주차 용역업체를 고용해 관련 서비스를 맡기고 있다. 이후 B씨는 주차 담당 직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았다. 
 
[사진 KBS 방송 캡처]

[사진 KBS 방송 캡처]

“VIP 차량, 특히 회장님 일가분들에게 발레 티켓 주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왜 그러죠? 그분이 직접 컴플레인 했답니다. 다들 기본은 숙지들 좀 하세요. 근무자는 경위서 쓰세요.”
 
이 회장 딸은 호텔 측에 “직원들이 나를 잘 몰라 티켓을 준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고, 호텔 측은 주차 용역업체에 주의를 줬다. B씨는 “회장 딸에게 티켓을 준 것은 실수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경위서를 썼다. 이후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퇴사했다. 
 
주차 직원들의 근무 공간에는 그룹 회장, 그의 세 자녀, 호텔 전직 사외이사와 그 아내 등 이름 7명과 이들 소유의 차량번호들이 적혀있었다. 직원들은 이들이 A호텔을 방문했을 경우 주차 티켓 없이 곧바로 차를 인계받아야 했다. ‘VIP 발레 티켓 발부 금지’는 철칙이었다고 한다. 
 
과거 A호텔에서 일한 적 있는 C씨는 “입사해서 교육받을 때 이들의 차량번호를 다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VIP들에게 발레 티켓을 발부하는 게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B씨처럼 VIP를 못 알아보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A호텔에서 근무 중인 D씨는 “들어오는 차가 한두 대도 아니고 어떻게 차 번호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직원도 수시로 바뀌다 보니 얼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호텔 측은 “용역업체가 티켓 없는 VIP 발레 시스템을 운영한 것”이라며 “우리는 회원 중에 특별히 더 중요한 분을 더 잘해주라고 했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해주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VIP 7명을 선정한 것은 용역업체 측이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용역업체 측은 “VIP 7명 명단 출력은 (여기서) 한 것이 맞다”면서도 “원래 그렇게 해왔던 것을 문서화시켜놓은 것이다. 어떻게 하청업체가 무료 대상자를 정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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