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이참에 삼성·대우 가라” 현대중, 직원 퇴직 종용 논란

중앙일보 2018.09.16 09:52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크레인(왼쪽). 오른쪽 사진은 4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크레인(왼쪽). 오른쪽 사진은 4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해양사업을 철수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을 이제는 희망퇴직이 아니라 조기정년이 아니라 정리해고 수순까지 가게 돼요.…(중략)…누구나 다 정리해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지는 거예요…(중략)…이참에 다른 일자리 찾는 게 안 낫겠나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녹취록의 일부다. 이 녹취록은 같은 달 10일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본부(해양사업부) 20대 직원과 인사총무 담당자가 면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가 일감 부족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가운데 퇴직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작업장. 올해 초 촬영한 것으로 뒤쪽 구조물 한 개 외에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작업장. 올해 초 촬영한 것으로 뒤쪽 구조물 한 개 외에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 현대중공업]

인사총무 담당자는 20대 직원에게 “1000억원짜리 배를 700억원에 들여오고 있다. 700억원에 맞추면 더 이상 (하청이 아닌) 직영이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수주는 하지만 더 이상 직영이 할 일은 없다”며 “삼성에 지원해 본 적은 없느냐”고 묻는다. 20대 직원이 “고등학교 때부터 현대만 봤다”고 답하자 이 담당자는 “오히려 지금 해양은 삼성이 낫다”며 “젊은 사람들은 삼성이나 대우로 빨리 갈아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다시 다른 회사로 옮길 것을 권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회사가 정리해고 할 것처럼 말하며 퇴직을 종용하고 협박했다”면서 “주로 쉽게 흔들리는 20대 직원을 상대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면담 자리에서 부정적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회사가 오랫동안 간담회·면담·설명회 등 여러 방식으로 퇴직을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직원이 먼저 요청해 개인적으로 면담한 내용”이라며 “면담자 개인이 조선·해양사업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이지 회사가 희망퇴직 관련 면담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이들 노사 갈등이 고조된 것은 회사가 지난달 23일 해양사업부 소속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대상자는 2000여 명이며 신청기한은 지난 14일까지 였다. 
 
또 회사는 해양사업부 직원 2400여 명 가운데 1200여 명에게 임금의 40%를 지급하고 휴업을 시행하겠다며 울산지방노동위에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을 신청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귀책사유로 휴업하면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지만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아 이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 
 
노조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12일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해 울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노조지부장 등 일부는 서울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도 집회를 열고 “회사가 아무 협의 없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무급휴업 승인을 신청했다”며 “진정성 있는 협상”을 촉구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중공업 실적. 2017년 계열 분리로 사업영역 줄면서 매출 급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중공업 실적. 2017년 계열 분리로 사업영역 줄면서 매출 급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몇 년째 수주 절벽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해양사업부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이에 따라 직영 근로자 2600여 명, 협력업체 근로자 2000여 명이 유휴인력이 될 처지에 놓였다. 1983년 공장 준공 이후 가동 중단은 처음이다. 해양사업부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 생산설비 수주 이후 신규 수주가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8월 20일 완료됐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회사는 13일 사내소식지에서 “휴업수당을 무급에서 40%로 수정 신청한 것은 최소한의 가계 유지를 고려한 긴급조치”라며 “해양의 운명은 노조의 결단에 달렸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역시 앞선 지난 7일 담화문을 내고 “신규 공사 수주를 위해 전 부문이 힘을 합쳐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하였으나 싱가포르와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느냐, 시간을 지체하다 무너지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사측의 인력 감축 방침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 등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 지역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2013년 6만1000명에서 2017년 8월 기준 3만8000명으로 줄었다. 이 지역 조선업 사업체 수는 2016년 6월 1160개에서 2017년 말 918개로 감소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녹취록 전문>
 
해양사업부 인사총무 담당자: 우리가  당장은 아니라도 (해양)사업을철수할 것 같아요. 향후 철수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인력 구조조정을 이제는 희망퇴직이 아니라 조기정년이 아니라 정리해고 수순까지 가게 돼요. 그렇게 되면 이 위로금 자체를 놓치는 거예요. 최소한 그렇게 되면 누구나 다 정리해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지는 거예요. 
 
이제 입사한 지3년밖에 안 됐는데 퇴직금 700만원 받고 나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마 그때 되면 노동조합하고 우리하고 한바탕 레이스를 치러야 하고 매우 복잡한 시간이 지나가야 하는데 그 진흙탕 싸움에 젊은 사람들 끼워 넣기 싫어서 원래는 10개월인데 10개월을 더 보태서 이참에 다른 일자리 찾는 게 안 낫겠나 생각합니다. 
 
지금 해양사업은 끝났어요. 지금 50대, 40대 이 사람들 안 나가거든요. 저 사람들은 결국 정리해고하고 우리하고 몇 년을 싸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무리하더라도 젊은 사우들이 싸움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으니깐 금액이 6300만원까지 드리는 거예요. 해양은 해양사업부에서 그 담화문 보면 나와 있어요. 왜 안되는지 조선사업부에 배가 계속 수주되고 있어요. 근데 마이너스 30%, 1000억짜리 배를 700억에 들여오고 있어요. 
 
700억에 맞추면 더 이상직영이 일을 해서 안돼요. 수주는 하지만은더 이상직영이 할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조선사업부에서 그래서 직영이 휴직을 가고 그러는 거예요. 수주는 하지만은더 이상직영이 할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삼성이나 삼성에 지원해본적없어요? 
 
해양사업부 20대 직원: 전 원래 현대만 봤거든요. 어릴 적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해양사업부 인사총무 담당자: 삼성이 오히려 지금 해양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나을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은 지금 하고 삼성이나 대우 쪽으로 빨리 갈아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