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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주식투자로 돈 벌었대”란 말에 솔깃하다면…

중앙일보 2018.09.16 00:02
생존자 편향의 오류와 ‘나무꾼과 금도끼’ … 성공 속에 숨은 리스크와 실패자의 원인도 살펴야
 
나무꾼이 강둑에 있는 나무를 자르다가 헛손질을 해서 그만 도끼를 물속에 빠뜨렸다. 강물이 깊어 나무꾼은 도저히 도끼를 건져낼 방법이 없었다. 그가 몹시 난감해하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때 강물의 주인 헤르메스가 나무꾼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나무꾼의 사연을 듣고는 곧장 물속으로 들어가 금도끼 한 자루를 들고 나타나 물었다.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나무꾼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건 제 도끼가 아닙니다.” 헤르메스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은도끼를 들고 나왔다. 나무꾼은 다시 그것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다. 헤르메스는 세 번째로 물속에 들어가 나무꾼이 잃어버린 쇠도끼를 가지고 나왔다. 나무꾼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그게 바로 제 도끼입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그의 정직함에 탄복해 들고 있던 금도끼와 은도끼를 상으로 주었다. 나무꾼이 마을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그 일을 자랑하자, 그중 한 사내 역시 그런 행운을 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같은 장소로 달려가 나무 베는 시늉을 하다가 일부러 도끼를 빠뜨렸다. 그리고는 강둑에 앉아 과장된 울음소리를 냈다. 얼마 후 전과 마찬가지로 헤르메스가 나타나 사연을 물은 후 물속에서 금도끼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것이 네가 잃은 도끼냐?” 사내가 힘주어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사내의 뻔뻔함을 꾸짖고는 금도끼는커녕 쇠도끼도 돌려주지 않았다. 나무꾼이 금도끼를 얻은 것은 순전히 운인데, 나무꾼 친구는 이를 따라 하려다 금도끼는커녕 자기가 가지고 있던 쇠도끼마저 잃게 됐다. 누구나 주위에서 우연한 기회에 돈을 벌었다거나 행운을 거머쥐었을 때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풀어 오르고 심하면 무모함으로 발전해 결국 낭패를 당한다.
사진:ⓒ gettyimagesbank

사진:ⓒ gettyimagesbank

 
주위의 성공담에 부풀어 오르는 자신감 
‘생존자 편향의 오류’이란 말이 있다. 살아남은 자만 분석 대상으로 삼다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는 의미다. 이 말이 나온 배경부터 살펴보자. 2차 세계대전 때 있던 일이다. 미군은 적지로 출격하는 전투기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살아 돌아온 전투기들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전투기는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탄 자국이 집중된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날개와 꼬리에 갑판을 달아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분석에 참여한 한 수학자가 꼬리와 날개 부분이 아니라, 조종석과 엔진 부분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비행기는 기체 전체가 피격당할 확률이 비슷한데, 꼬리와 날개 부분을 보강한다고 전투기의 생존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말 보강해야 할 부분은 생환한 전투기에서 손상이 전혀 없는 엔진이나 조종석이라고 했다. 그 부분에 손상을 입은 전투기는 복귀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이 아니었으면 편향된 데이터 분석으로 쓸 데 없는 곳에 두꺼운 갑판을 덧댈 뻔했던 이 사건을 두고 ‘생존자 편향의 오류’라는 말이 생겨났다.
 
일상에서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가장 쉽게 접하는 곳은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만 늘어놓은 책방의 자기계발서 코너다. 자기계발서는 잘 알려진 성공적인 예시만을 늘어놓고 실패 사례는 무시한다. 실패한 사람이 겪은 좌절이나 실패의 이유를 알아야 진짜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법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편향성을 갖게 되는 것은 책속에 나오는 성공의 주문을 실패한 사람도 열심히 시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은 1%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성공한 창업자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기가 쉽다고 착각하게 되고, 성공한 사람이 겪었던 실패한 프로젝트나 사건 등에 대해선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도 경쟁사가 어떻게 했더니 성공하더라는 아주 단순한 논리만 가지고 무리하게 직원들의 업무나 제품에 적용하다 쓴잔을 들이킨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역시 분석 대상의 내면까지 들여다 보지 않아 발생하는 생존자 편향의 오류다.
 
“누구누구 알지? 그 애가 투자해서 대박 났대.” 주변에서 누군가가 운 좋게 주식 투자를 잘 해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그 사람이 특출난 능력이 없는 경우 “나도 돈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그가 감당했던 리스크라든가 부정적 요인은 철저히 외면한 채 말이다. 결과는 불문가지, 대박은커녕 쪽박을 차게 된다.
 
이런 케이스는 올 초 암호화폐 투기 열풍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당시 주위에서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무용담에 앞뒤 안 가리고 소중한 돈을 쏟아붓는 투기판이 벌어졌다. 정부와 언론에서 암호화폐가 아무런 실체가 없는 신기루라며 투자 위험의 경종을 울려댔지만 급등 분위기에 취한 투자자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결국 몇 차례의 규제 조치가 발동되고 시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그 결과 많은 투자자가 재산상의 손실을 호소하고 있다.
 
책이나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주식 투자와 관련한 오류를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장기 투자에 관한 것이다. 투자는 무조건 오래 들고 있다고 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 장기 투자는 실패보다는 성공의 확률을 높일 뿐이다. 장기 투자 신봉자인 워런 버핏도 몇 년에 한 번씩 엄청난 손실을 입곤 한다. 전문가들이 장기 투자를 권하는 것은 보유 종목을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아무래도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만 회자되기 때문에 장기 투자의 유용성이 부각되고 많은 사람을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빠지게 한다.
 
코스피시장에는 ‘관리포스트’라는 게 있다. 상장폐지될 우려가 있는 주식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일정 기간 동안 관리 포스트에서 살다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상장폐지되면 그 종목은 투자자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진다. 주가지수는 상장회사의 주가 변동만 집계하고 패배자의 주가 변동은 통계에서 빼버린다. 정확한 통계수치가 발표된 게 없지만 지금까지 상장된 주식의 30%는 이런저런 이유로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서 상장회사의 평균 상장기간은 10년을 약간 웃도는 정도라고 한다. 장기 투자가 최고의 선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약 코스피가 지난 10년 간 얼마의 수익을 올렸다고 이야기한다면 상장된 모든 주식이 그만큼 올랐다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0년 전에 주식을 샀더라도 오늘날 그만큼의 돈을 벌었다는 말도 더더욱 아니다.
 
펀드 회사의 수익률에 가려진 오류
투자회사는 개인들이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자주 빠진다는 것을 이용해 광고를 하기도 한다. 어떤 투자회사가 제시한 세 가지 펀드의 수익률이 모두 좋았다고 가정해보자. 실력이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10개의 펀드를 출시했는데, 7개는 접고 3개만 살아 남은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회사 고객의 70%가 쪽박을 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3개 펀드 모두 수익률이 좋았다고 이 회사가 실력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건 그래서다.
 
서명수 중앙일보 기획위원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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