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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흥행한 위안부 영화, 한국서 참패한 게 아쉬울 뿐”

중앙일보 2018.09.15 11:01

22라고? 그런 영화도 있었어? 무슨 영화야?

많은 독자는 그런 생각을 할 게다. 맞다.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22는 8월에 개봉해 현재는 전국 매우 소수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한중 공동 제작 영화다.  
"중국에서는 550만 명이 봤습니다. 흥행에 성공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또 위안부냐? 이제 그만 좀 하자'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역사를 회피하겠다고요?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685편입니다. 위안부 관련 영화는 36편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지겹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까. 역사를 외면하는 자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위안부 아픔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22'
제작자 김원동 대표 "한국 IP 더 큰 시장에 소개하고파"

 
영화제작에 참여한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말이다. 흥분한 듯,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몇 명이나 볼 것 같으냐는 질문에 "1만 명이 내 마음속 목표"라고 답한다. 제작자 스스로 흥행 참패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단체 관람이 많다는 점이다. 학교나 단체 등에서 관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단다.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김원동 대표 [출처 아시아홈엔터]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김원동 대표 [출처 아시아홈엔터]

김원동은 영화 22로 국내 언론에 많이 소개됐지만, 사실 문화 엔터테인먼트 방면의 중국 비즈니스맨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줄곧 중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등의 영역에서 현장 일선을 달려왔다.  
 
베이징에서 출장 다녀오는 길이라는 그를 만났다.  
 

그래서 영화 '22'는 어떻게 되는 건가?  

예상대로 흥행은 참패했다. 한국에서 수입이 나면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수익이 거의 없다 보니 그런 약속을 한 것 자체가 무척 민망한 상황이 됐다. 작년 중국에서의 흥행 성공 후, 모든 수익을 중국 내 위안부 피해자 역사 알리기 운동(중국 위안부 문제 연구센터)에 기증하기로 서약한 바 있다. 그래서 어차피 수익은 원래부터 나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 아픔의 역사를 알리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는데, 한국에서는 잘 안 됐다. 중국 측 스태프들 보기가 면목이 없다. 한국 극장에서는 9월 말 정도에 내릴 예정이다. 지금 약 8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 22의 감독 궈커(윗쪽). 영화에 등장하는 위안부 피해자 [출처 아시아홈엔터]

영화 22의 감독 궈커(윗쪽). 영화에 등장하는 위안부 피해자 [출처 아시아홈엔터]

요즘 뭐하나?  

지금 중국에서 '그림자의 재(影子的灰烬)'라는 영화를 제작 중이다. 우리가 직접 제작하는 건 아니고 이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 부분을 담당했다. 한국의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창동 류의 영화라고 보면 된다. 태평륜 등을 촬영한 유명감독 자오페이(赵非)가 연출을 맡았다. 게다가 중국 영화계의 '김수현'이라고 불리고 있는 리창(李樯)이 시나리오를 썼다. 기대해도 된다.
 

한중 합작인 건가?

뭐 영화의 일부 영역을 담당했다고 그걸 거창하게 합작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럽고... 원래 영화라는 게 혼자 다 잘할 수는 없는 작업이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도 한중 분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극본, 음악, 미술, CG, 무술 등의 분야는 중국이 아직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공통점이 있다면 크레이티브가 핵심이다. 그래서 그 핵심 노하우가 사람에게 있고, 중국이 추격하는 만큼 우리도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영역이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중국에 접목시키고 거기에서 부가가치를 얻는다.
 

돈은 어디서 버나?

주된 매출 수입원은 지식재산권(IP) 거래다. 한국의 웹소설, 웹툰 등의 우수한 원형 스토리를 선택해서 중국 회사에 소개하고 판매하고 때로는 ‘22’처럼 함께 투자하여 합작 제작한다. 즉, 스토리를 갖고 비즈니스 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보유하고 딜을 하면 판매수익 외에도 제작 등이 다른 분야에서도 협상권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하니 음악이나 미술, 의상, 개발 등의 업무에 우리가 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어느 정도 입김을 넣을 수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괜찮은 사업인가?

최근 좋은 IP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가에 팔린다. 어떨 때는 너무 사고자 하는 회사가 많아 입찰 경쟁을 붙이기도 한다.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라면 더 좋다. 하나의 원형 스토리를 갖고 게임도 만들고, 드라마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고...이미 성공을 예약하고 있는 게 많다. 강풀의 마녀와 조명가게 등이 이미 제작 완료되거나 현재 개발 중이고 천계영 작가의 ‘연애하면 울리는’이나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같은 웹툰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이 IP를 사려고 하는 중국 회사 간의 물밑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런데, 어쩌다가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나?

대학 다닐 때 록그룹을 하다가 졸업하고 나서도 음악을 계속했는데 생활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특기를 살리려고 노래방 음원 사업을 하는 ‘한화 멀티미디어’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에 이 회사는 중국에서 VCD노래방기기 사업을 하던 LG를 상대로 음원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중국 노래를 노래방 음원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래서 1995년 말 쯤에 베이징에 상주 근무를 하게 됐다. 그때 음악 쪽 일을 하면 만났던 중국 친구들이 후에 다 문화계 거물이 됐고, 그들의 소개로 콘텐츠 비즈니스 쪽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초기에는 한국 드라마를 중국에 배급하는 일을 하다가 후에는 중국 드라마를 한국을 비롯 해외에 배급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콘텐츠 산업 일선에서 분주하게 해외를 돌아다녔고 어느덧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돈은 많이 벌었나? 한한령 여파는 없었는지?

벌기도 많이 벌었고 당하기도 많이 당한 것 같다. 사실 중국 사업 하는 사람 치고 사기 한두 번 정도 당하는 건, 필수 아닌가. 후에 살림이 좀 피고 나서는 좋은 일도 많이 하려고 애를 썼고. 영화 '22'도 그중 하나였다. 다만, 사드 땜에 지난 2년여간 거의 일을 못 했다. 중국 비즈니스에 정치가 개입하면, 그건 리스크가 된다. 그 시련을 톡톡히 당했다.
 
올해 초에 유쿠, 아이치 등 중국을 대표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재개할 요량으로 상부에 내용 심의를 넣었다. 대다수가 8월 말쯤에는 그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심의 넣은 것 중에 하나라도 허가가 났으면 한한령이 이제 풀렸다고 볼 수 있겠는데, 아직 뾰족한 결과가 없으니 뭐라고 예단하기가 참 애매하다. 변죽만 울리면서 시간만 질질 끄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한류 스타와 한한령 [출처 바이두 백과]

한류 스타와 한한령 [출처 바이두 백과]

앞으로 뭘 하고 싶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드 이슈 때 이미 매출이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래선지 몰라도 사실 이제는 특별히 상황이 더 나빠질까를 걱정하지 않는다. 흔히들 중국에서는 버티는 게 성공하는 거라고 하는데 이미 20년 이상을 버텼으니 이제는 그렇게 쌓아놓은 신뢰를 바탕으로 깔아놓은 인프라만 잘 관리하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자세로 살고 있다.
 
다만 지금 현재 IP가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마 IP를 근간으로 한 에이전시 비즈니스와 콘텐츠 공동 제작 및 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핵심 인재들에 대한 에이전시 비즈니스도 큰 관심 분야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특히 드라마와 영화의 키 스태프들은 가격 대비 성능으로 치면 거의 세계 탑클래스 급이다. 그들을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떠나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큰물에서 놀게 해주고 싶다.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목적이 뭔가?  

‘한중콘텐츠연구소’를 운영한다. 지난 20여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국 문화정책이 일관성없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내가 정부 정책 포럼 같은 기회를 빌려 팩트를 얘기해도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의 대중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중국 문화콘텐츠 관련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4명의 연구원이 매일 중국 문화시장의 동향과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베이징에도 연구원들을 포함해 4명이 상주하고 있다. 중국은 변하고 또 발전하고 있는데,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 김원동의 중국 비즈니스 포인트 5
 
1. 한국에서 성공하지 않은 아이템으로 중국에 승부를 걸지 마라
ICT 분야를 포함해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는 빅데이터, AI, 핀테크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앞서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아이템이 우연히 중국에서 뜻하지 않는 성공을 거두길 기대하느니, 차라리 로또를 사라.  
 
2. 내로남불 하지 말자!  
일본 도쿄의 다나카 상이 내게 좋은 아이템이 있다며 프러포즈를 한다.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까? 중국 베이징의 왕 서방에게 난 그저 서울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김 서방일 뿐이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나도 충분히 배타적이면서 중국인들이 내 제의를 모두 호의로 받아들일 거라는 장밋빛 착각은 하지 말자.  
 
3. 버티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다.  
사실 중국 사업 하면서 단기간에 승부를 걸어 성공한 사람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이는 오늘도 단시간에 대박을 터뜨리고 엑시트를 꿈꾼다. 버텨라! 그러면 중국은 어느샌가 그렇게 쌓인 당신의 내공에 감동해 언젠가는 당신에게 맘을 내줄 것이다.  
4. 그래도 역시 중국어다.  
중국어 몰라도 사업하는 데 큰 어려움 없고, 성과만 좋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만약 본인이 중국어를 잘했다면 지금 얻은 성과보다 아마 몇 배는 더 좋았을 거다!  
 
5. 중국에 진출하거나 중국과 경쟁하는 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제 자본도 있고 시장도 있고 우수한 인재도 많다. 사실 이제는 공략할 대상이 아닌, 가장 무서운 경쟁상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이 단기간으로 극복하기 힘든 창조적 DNA와 경직되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가 있다. 새우가 먼 바다로 나가는 방법이 스스로 헤엄치는 방법만 있으랴! 고래 등에 업혀 큰 바다로 나가 함께 먹이를 향유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체력도 아끼고 영리한 방법이 아닐까?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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