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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운보를 넘어 작가 우향의 이름으로

중앙선데이 2018.09.15 02:00 601호 20면 지면보기
'근원 A', 에칭·메조틴트·포토에칭, 37 x 51cm, 동판화

'근원 A', 에칭·메조틴트·포토에칭, 37 x 51cm, 동판화

“운보 선생님은 우향 선생님을 처음 보시고는 하늘에서 하얀 천사가 내려왔나 싶으셨대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집을 물어물어 찾아온 흰색 투피스에 백구두 차림의 이십대 아가씨가 그렇게 예뻤다면서.”  
 

우향 박래현 판화전
9월 11~22일 청작화랑, 문의 02-549-3112

청작화랑 손성례 대표는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88년 7월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1913~2001) 화백과 우향(雨鄕) 박래현(朴崍賢·1920~1976)의 ‘부부전’을 기획하며 운보와 나눈 필담을 들려주었다.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우향의 결혼 조건,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작업하고 싶다”는 우향을 혼자 미국으로 보낸 허전함, 그리고 급기야 자신을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절절히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회상 E', 에칭·메조틴트, 40 x 51cm, 동판화

'회상 E', 에칭·메조틴트, 40 x 51cm, 동판화

우향은 44년 동경여자미술학교 일본화과를 졸업하고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최고상인 ‘창덕궁상(昌德宮賞)’을, 56년 국전에서는 『노점』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1세대 여성화가다. 일본 유학파 신여성과 소학교 학력의 청각장애 화가의 결혼은 당시 엄청난 화제였다.  
 
우향 42주기를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69년 미국으로 건너가 판화에 집중했던 시절의 작품 30점이 소개된다. 그중 15점이 사후 미공개작이다. 손 대표는 “동판을 긁고 파서 만든 동판화 에칭 작품에는 6년간 뉴욕에서 혼자서 불태운 우향의 마지막 열정이 스며있다”고 말했다.  
 
글 정형모 기자   사진 청작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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