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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푼다” vs “못 푼다” … 가락동·용산 대체부지 관심

중앙선데이 2018.09.15 01:00 601호 3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서울시와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에는 구체적인 주택 공급 계획이 빠져 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반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에도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를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직전인 21일 구체적인 주택 공급 입지와 수량 등을 밝힐 계획이지만 서울시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서울에서의 대규모 주택 공급은 어려울 수 있다. 30만㎡(약 9만750평) 이하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토부는 “수도권 내 교통 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 택지 30곳 30만 호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등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5등급으로 구성된 그린벨트 평가 등급은 등급이 낮을수록 보존 가치가 낮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가 그린벨트다. 19개 구에 걸쳐 149.13㎢(약 4511만 평)에 이른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그린벨트를 일정 부분 해제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집값을 잡는 효과가 크지 않으며 오히려 투기 열풍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로 맞선다. 그린벨트는 해제하면 다시 녹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일 KEI 환경포럼에서 “인구는 줄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증대하고 있는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의 집값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분양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박 시장의 선거 공약이다.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임대주택 2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인근 지역은 집값이 상승해 결국 서민과 중산층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그린벨트 일부 지역에 집을 짓고 여기에 인프라를 확충해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면 집값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계획에 대해선 “공공임대주택은 ‘임대주택’이란 낙인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원활한 공급과 수요 효과를 일반 주택만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는 주택 공급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곳의 규제를 풀어 주택을 지을 경우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곳의 인프라 등을 확충하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능사라는 주장은 보다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 때문에 서울시는 대체부지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락동의 구 성동구치소 부지와 용산의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다. 2005년 문정지구에 교정시설과 법조타운을 조성하는 도시계획안이 결정돼 이전이 시작됐다. 이전 작업은 지난해 6월 문정지구 대체 법무시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끝났다. 성동구치소 부지는 총 8만3777㎡, 축구장 12개 크기로 사실상 강남권에 위치한 유일한 금싸라기 땅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장기간 기피시설을 수용했던 만큼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용산역 정비창은 규모 면에서 수천 세대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체 57만㎡ 규모로 인근 서울역 북부역세권(5만5535㎡)까지 더하면 60만㎡ 이상을 쓸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비창 전면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정비계획수립·구역지정안’도 통과됐다. 노후한 건물이 밀집된 이곳에 최고 높이 100m(30층 이하)의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다. 올해 7월 박원순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용산역 정비창 일대는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개발 이슈로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면서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무기한 보류됐다.
 
주택 공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한미군이 떠난 용산 미군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생태공원 대신 청년·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부지로 개발해 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전체 348만㎡(약 105만 평)에 은평뉴타운과 비슷한 규모로 초고층 건물을 짓는다면 5만 호까지 공급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 팀장은 “용산은 인프라가 뛰어나 서울 외곽에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곳에 임대주택을 지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용산공원을 공원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선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 도시계획 변경, 추가적인 토양정화 등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선영·염지현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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