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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노무현 정부 때 80% 껑충, MB 정부 10% 하락

중앙선데이 2018.09.15 01:00 601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3234표 vs 6449표.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가 얻은 표다. 전국적으로 문 후보가 41.1%를 득표해 2위 홍 후보(24%)를 크게 앞질렀다. 이곳의 지지율은 정반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오히려 큰 수혜를 본 셈이 됐다. 부동산 폭등 덕분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4㎡(옛 34평형)가 지난달 말 26억원에 거래됐다. 집권 초(19억원)보다 7억원 올랐다. 1년여 만에 40%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서울에서 강남구 청담동·도곡2동·대치1동·삼성1동, 서초구 반포2동, 송파구 잠실7동, 용산구 서빙고동, 영등포구 여의동도 홍 후보가 앞섰던 지역이다. 이곳 역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부동산 가치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수혜’를 누리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정당별 강세 지역과 집권 후 부동산 상승 지역의 불일치 현상이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MB 때 금천구 3.2% 뛰고 송파는 12.7% 급락
 
부동산 가격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 매매가 활발하고 물건이 규격화돼 비교가 쉬운 서울의 아파트로 한정해 정부별 부침을 조사했다. KB국민은행의 KB주택가격동향 조사를 활용했다.
 
2002년 대선에서 서울 강남구 주민의 39.6%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서울 평균 득표율(51.3%)에 훨씬 못 미친다.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런데 임기(2003년 2월~2008년 2월) 동안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79.9% 급등했다.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강북구는 56.1%가 노 후보를 지지했지만 임기 동안 아파트값은 33.4% 오르는 데 그쳤다. 53.5%가 지지 의사를 표시한 성북구는 집값 상승률이 25.8%에 불과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07년 대선에선 금천구 주민의 47.2%가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 서울 평균(53.2%)에 못 미치는, 25개 구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이다. 이 대통령 재임 기간(2008년 2월~2013년 2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3.2% 떨어졌다. 그런데 금천구 아파트값은 3.2% 올랐다. 네 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반면 66.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강남구 집값은 10.1% 하락했다. 평균보다 4.6%포인트 웃도는 지지를 보낸 송파구의 아파트값은 12.7% 급락했다.
 
지난해 대선에선 강남구 주민의 35.4%만이 문재인 후보 편에 섰다. 서울 평균(42.3%)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2017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강남구 아파트값은 17.2% 급등했다.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주민의 44.4%가 문 후보를 선택한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7.5% 오르는 데 그쳤다.
 
한편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탄핵안 가결까지) 시절에는 지지 기반과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 지역이 비슷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열렬한 지지를 보낸 강남구(60.1%)의 아파트값은 14.2% 상승했다. 강남구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을 많이 찍은 서초구(58.6%)의 집값 상승률은 15.5%를 기록했다.
 
집권 정당과 엇갈리는 지지층의 아파트값이 오르는 현상은 왜 벌어질까.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지지 기반과 부동산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것에서 특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아파트값 등락을 설명하는 데는 정권의 성향보다 글로벌 경기와 돈의 영향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은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였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공약인 세종시 건설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막대하게 시장에 풀렸다. 호황기 가격이 점프하는 것은 우량주다. 아파트로 치자면 신축·대단지 아파트다. 잠실 인근으로 2004~2008년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은 노무현 정부 때 82.8%나 급등했다.
 
미국은 호황에 취해 빚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무리하게 대출해 줬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빚을 못 갚으면 집을 팔아 원금을 회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부실이 터지면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도 잡히지 않던 집값이 잡힌 건 이명박 정부 1년 차 때인 2008년 금융위기 요인이 컸다. 전 세계적인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흐름에 돈줄이 말라갔다. 돈이 넘치던 시장에서 돈이 일제히 빠지자 자산, 특히 상승폭이 컸던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낮추고 재건축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강남 유권자들이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혜는 강북권이 누렸다. 뉴타운(재개발) 정책에 따른 개발 호재 덕분이다. 강남 등 선호 지역에 공공 주택(보금자리 주택)을 대거 공급한 요인도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서울 평균에 못 미치는 지지를 표한 마포구의 아파트값은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12% 올랐다. 평균 상승률(10.1%)을 웃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포구 아파트값은 14.8% 상승했다. 역시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신축 아파트가 대거 생겨났기 때문이다. 정책 요인도 있는 셈이다.
 
 
“집값 잡기 위한 정부 규제가 집값 밀어올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보수가 집권하면 규제를 덜하고, 진보가 집권하면 규제를 세게 한다”며 “집값을 잡기 위한 진보 정부의 규제가 되레 아파트값을 밀어올렸다”고 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먼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투기 세력 근절이다. 그는 “제일 먼저 재건축을 누르니까 옆으로 튀었고, 강남이 다 오르니 우리는 왜 안 오르나 하면서 서울 전방위로 상승 흐름이 퍼져 나갔다”고 진단했다. 곧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의 규제가 되레 강남 집값에 불을 붙였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진보 정권의 역설 혹은 시장의 역습”이라며 “정부는 지금 물을 뿌리겠다면서 한편으로는 불을 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에는 독약이고 인플레이션에는 효자인 게 부동산인데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으로 시장에 돈을 뿌리는데 어떻게 집값이 안 오르길 바라겠나”라며 “게다가 다주택자 잡는다고 하니 다들 ‘똘똘한 한 채’ 찾아 강남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정권이라서 강남권 집값이 뛰는 게 아니라 강남권 집값이 뛰는 상황에서 진보가 집권했다는 주장도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박근혜 정부가 2014년 9월 1일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재건축 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 청약 1순위 조건 완화 등) 이후 본격화됐다”며 “박 전 대통령 임기 전반기 아파트값은 거의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아파트 가격지수는 2013년 2월(94)보다 2014년 9월(93.8)에 되레 낮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수 정부 9년 ‘빚내서 집사라’는 잘못된 정책을 지금 뒷감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고려대에서 열린 ‘시장과 정부의 비교정치경제학’ 학술대회에서 신미정 상하이 재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독일·영국·이탈리아·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한국 제외)의 1960~2017년 주택 가격 변화와 정부 지지율과 당파성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집값 동향과 정권의 지지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주택 가격 상승은 보수 성향 정부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진보 성향 정부에는 반대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규제 이면에 ‘집 소유=보수화’ 인식이 자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을 보면 ‘집을 사면 보수화된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서민들이 집을 못 사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모두 참여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p88)고 적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규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MB 정부 때 낮춘 종부세율, 노무현 정부보다 높아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종합토지세 외에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게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국세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동안 비싼 집이나 토지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매겨 ‘부자세’라고 불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29일 ‘부동산 보유세 개편 방안’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법안이 마련됐고, 2005년 첫 시행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30여 건의 고강도 대책을 내놨고 종부세가 그중 하나였다. 1년 뒤엔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한층 강화됐다.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주택 기준)으로 낮췄다. 종부세 부담 증가는 헌법 소원으로 이어졌고, 결국 세대별 합산 등은 위헌 판결이 나면서 2009년 이후 다시 인별 합산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세 기준 금액은 6억원을 유지하면서 1주택자에 한해 9억원으로 완화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세기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세율도 1~3%에서 0.5~2%로 절반 가량 낮췄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역시 종부세 과세기준을 유지한 채 양도세율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한층 더 풀었다. 그 결과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가 10여 년 만에 ‘종부세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 대책에선 초고가·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최대 3.2%로 끌어올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 3% 수준을 넘어섰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와 기타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가 대상이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면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최고 3배까지 늘 수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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