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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충·김치녀 등 혐오의 언어, 바른 말 교육으로 끊어야

중앙선데이 2018.09.15 01:00 601호 27면 지면보기
김정기의 소통 카페
비하와 편견의 언어폭력이 대한민국을 사분오열로 찢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7월 31일에 20~50대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혐오, 남성혐오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80.7%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2016년 7월 조사에서는 74.1%가 심각성을 지적했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0~50대 81% “남녀간 혐오 심각”
미 후보 비방 광고에 50조 쓰기도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 폭력·잔혹·혐오·차별·비하 표현물 은 2545건, 시정처분은 1982건이었다. 2016년은 4628건에 시정은 3503건으로 각각 50%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온라인 소셜 미디어의 혐오표현을 다룬 연구(『온라인 혐오표현의 확산 네트워크 분석』, 홍주현·나은경)에 따르면 혐오의 대상은 사회적 약자(여성, 노인, 장애인, 성적 소수자), 외국인(조선족, 이주 여성, 중국·인도·동남아 등의 이주민, 난민), 특정 지역(전라도, 경상도), 사건 사고 피해자(위안부,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 전염병 확진자, 성폭행, 성추행)로 광범위하다. 근래에는 ‘한남충’과 ‘김치녀’ 같이 남녀 성별로 까지 전선이 확대되었다. 이러다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이 과녁이 될 판이다.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교활하고 영악하다”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 “애당초 XX족은 인성자체가 금수 수준”이라는 특정 외국인에 대한 모멸. 특정 지역에 대해 “인권과 민주를 짖어대는데, 지나가는 홍어들도 웃겠소”라는 편견. 성폭행 피해자를 혐오하는 “외제차만 보면 침을 흘리는 된장녀 같으니라고, 당해도 싸다” “노망난 늙은이네”와 같은 피해자 비난(victim blaming)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말의 역사성과 합리적 표현에 대해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는 미국에도 혐오표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본 2010년 11월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공히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공약보다는 상대 당과 후보자를 비하하는 네거티브 TV 광고에 450억 달러(약 5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다. 특히 폭스 방송의 앵커들은 대놓고 대통령인 오바마를 혐오했다. 사회주의자, 독재적 나치주의자, 백인에 반감을 가진 인종주의자라는 선동적인 방송을 일삼았다.
 
편견과 혐오의 폭력이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있다. 온라인 세상을 만나서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언어폭력으로 적대감과 분열증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도록 공습경보를 울리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언론은 보도내용이 온라인 세계에서 오용되지 않도록 팩트 체크를 철저히 하고, 법과 제도도 보강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바른 말, 바른 표현, 바른 소통의 가치와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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