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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이시형 박사 건강 비결은 ‘내 몸에 감사’ 아침 명상

중앙선데이 2018.09.15 00:02 601호 10면 지면보기
배영대의 명상만리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50대 들어서며 ‘자연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약물 치료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습관이고, 그중에서도 마음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은 그가 해를 맞이하며 아침 명상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 힐리언스 선마을]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50대 들어서며 ‘자연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약물 치료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생활습관이고, 그중에서도 마음습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은 그가 해를 맞이하며 아침 명상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 힐리언스 선마을]

올해 84세인 신경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 장수의 비결을 묻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면서 “대체로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시간을 맞추는 규칙은 아니고 대충 규칙적”이라며 그 중 중요한 것으로 스트레칭과 명상을 꼽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과 명상을 합니다. 30분 정도. 그게 건강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지난 30여 년간 그는 ‘이시형 박사’로 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의사로 꼽혀왔다. ‘국민 의사’로 불리며, 정신 건강과 자기 계발, 자녀 교육 등에 관한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느새 80을 훌쩍 넘겼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가 제시한 ‘건강 상식’이 명상인 셈이다.
 
 
좋아하는 구절 외우는 ‘이시형 명상’
 
어떤 명상을 하냐고 묻자 ‘이시형 명상’이라고 했다. “어느 틀에 메인 게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내 몸에 감사하고 발을 주무르며 명상을 시작합니다. 반가부좌를 편안하게 하면서 내 속으로 외우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걸 외우며 명상을 하죠.”
 
그가 발을 주무르면서 속으로 묵상하는 구절은 “수고했다, 고맙다, 조심할게, 잘 부탁해”라고 한다. 하루에 생활을 하다 보면 발이 제일 고생을 하니까 그런 말을 한다고 하는데, 발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의 아침 묵상 기도를 좋아한다고 했다. 쥘 르나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렇게 묵상했다고 한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
 
묵상하는 구절이 무엇인지는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시형 명상’을 그가 만들었듯이 누구나 자기만의 명상을 만들고 좋아하는 구절을 암송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가 명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경북고와 경북대 의대를 다니며 가정교사를 할 때였다. 1950년 중후반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다. 그가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방학 때 해인사에 가서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님들이 하는 참선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봤었다고 한다. 직접 명상을 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50~60년대에도 명상이란 말은 있었지만 일반사람들이 많이 하지는 않았고, 불교에서 하는 종교의식이 지배적이었지요. 이후 미국 학자들이 명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와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달라집니다. 90년대 들어와 미국에서 ‘뉴잉글랜드 프론티어 사이언스 그룹’이 등장해 ‘명상은 증명된 과학’이라고 선언한 것이 결정적입니다. 그 그룹이 달라이라마 경을 초청해 뇌파 검사를 했는데 보통 사람들의 뇌파와 전혀 다른 뇌파가 나온 것을 보고 다들 놀랐죠. 저도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21세기에 유행하는 현대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다. 불교 참선에서 유래했지만 종교색을 배제하고 실용적으로 바꾸었다. “원래 불교 참선은 깨달음이 목표인데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의 마음이 편안함을 지향합니다.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행한 마인드풀니스는 실용적이어서 구글이나 애플같은 세계적 IT 기업의 직원들이 해보고 도움이 되니까 확산된 것입니다.”
 
현재 이시형 박사의 직함은 세 가지다. 세로토닌문화원 원장,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한국 원장 등. 세 단체가 모두 명상과 관련 있다. 2007년 강원도 홍천에 설립한 ‘힐리언스 선마을’은 명상 센터다. 매주 1회 이상 선마을에서 그가 특강을 하는데 강연의 포인트는 생활환경과 습관의 개선이다.
 
“건강에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생활환경과 습관이죠. 당뇨·고혈압·암이 다 거기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잘 조절하면 되는데 한국 사람들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요. 식습관, 운동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에 대한 조절 연습을 하는 겁니다.”
 
 
한국인 세로토닌 부족 … 감정 과잉 사회 문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해보라고 권하는 이시형 박사. [사진 힐리언스 선마을]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해보라고 권하는 이시형 박사. [사진 힐리언스 선마을]

한국인은 감정 조절 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인은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보복 운전 같은 것이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노사분규도 그렇고, 모두 너무 감정적입니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면 문화적 성숙도가 떨어지게 되죠.”
 
그는 병에 대한 예방을 강조했다. 개인과 사회에 모두 적용된다. 인류 사회를 위한 높은 이상을 가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활관리를 못해 병에 걸리는 겁니다. 그걸 내가 예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 나이 40대 후반부터 했어요. 작년 세계적인 잡지 ‘네이처’에도 연구 논문이 나왔듯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이상이 실현될 때까지 병도 걸리지 않고 늙지도 않습니다. 그걸 위해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의사로서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죠. 그때부터 오늘까지 감기몸살 한 번 걸려본 적 없습니다. 인류사회를 위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합니다. 그러면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명상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명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밝은 쪽으로 바꿔 갈 수 있다고 했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뇌 가소성’ 이론이 그것이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가장 쉬운 방법이 명상이라고 했다.
 
“명상을 하면, 행복과 사랑의 뇌 신경물질이 많이 분비됩니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그것입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마음 습관’이 제일 중요하죠. 한국인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여러 사회병리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시형 박사는 그동안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 의학 용어로 등재시킨바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화병을 우리나라 발음을 따 ‘hwabyung’으로 표기하고 있다. 화병이 일종의 ‘한국 정신병’으로 간주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해서 그리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화병의 치유책으로 호흡 명상이나 걷기 명상이 권장된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가 세로토닌문화원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공익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중학생들이나 국군을 위해서 ‘드럼’을 만들어 보내는 식이죠. 리드미컬한 운동을 하면 정서가 안정되어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화를 조절하는 신경물질이 세로토닌입니다. 옛날 화병 난 사람이 가슴을 친다거나 신세타령을 하며 넉두리 하는 것이 리드미컬한 행위와 관련됩니다. 가슴을 치다가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겁니다. 북소리 들으면 즐거워지는 것도 세로토닌 효과죠. 삼성생명 임직원들의 후원을 받아 현재 230개 중학교에 보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그는 간단한 호흡 명상을 추천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을 하듯이 천천히 걸으면서 걷기 명상을 하면 더욱 좋다고 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l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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