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투자집행률 낮고
혁신기업 선정 기준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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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상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기업 가운데 10년 이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2%다. 2012년(10.1%)보다 감소했다. 이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은 31.4%에 달했고, 중국도 8.2%다. 국내 10년 이하 상장사가 속한 업종은 소재(17%), 내구소비재·의류(9%), 제약·생명공학(9%), 소프트웨어·정보기술(IT) 서비스(6%) 등이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기반 비즈니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도 젊은 기업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어 기업도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모태펀드, 투자집행률 18%에 그쳐

정부 지원도 쉽지 않다. 사업성·수익성·기술성을 모두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벤처기업 중 대다수(93%)가 정부기관이 선별한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이었다. 이 중에서도 73%가 고도 성장기·성숙기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하려면 창업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혁신기업 선정 기준을 정부 인증에서 민간의 참여와 책임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엄밀하고 객관적으로 사업의 성과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에 의존하는 모태펀드보다는 기업 주도형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국내 민간 투자는 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2015년, 2016년 연속 2조원을 웃돌고 2017년에는 2조 3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창업투자회사 수도 10개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창업 투자회사 자본금 요건이 기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면서다. 다만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3%에 불과하다. 미국(0.33%)·중국(0.24%)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장균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벤처시장이 크고 수요도 많아 우리나라보다 투자비중이 큰 편”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에 의존하는 모태펀드가 아닌 벤처캐피털이나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에 특화된 민간 금융회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여러 벤처기업의 대모 역할을 했다. 에어비앤비·우버·트위터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은 모두 실리콘밸리은행의 고객이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주요 고객은 상환 능력이 안정적인 제조 분야 대기업이 아니라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벤처기업이다. 보통의 상업은행은 위험부담이 따르는 벤처기업에 쉽게 대출해주지 않는다. 벤처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은행은 미국 전역의 5000여 개 상업은행 중 5곳에 불과하다. 그중 하나가 실리콘밸린은행이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2016년 71억50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벤처 대출시장의 50~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 2의 바이로메드·아이센스 나와야
바이오센서 전문 기업인 아이센스는 2000년 광운대 학내 벤처를 이끌었던 차근식 교수(대표이사)와 남학현 교수(사장)이 창업한 회사다. 연구 과제를 이어가기 위해 제자들과 시작한 회사는 지난해 1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현재 시가총액이 3000억원을 넘는다. 바이오기업인 바이로메드는 서울대 김선영 교수가 1996년 11월 세운 국내 최초의 학내 벤처다. 2005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바이로메드는 시가총액이 3조원에 달한다. 문형남 교수는 “교수창업을 위한 겸직이나 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은 전체의 35%인 147개에 불과하다”며 “교수창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여건을 개선해준다면 연구원이 창업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