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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금리카드…변동금리·신규대출자 ‘떨고 있니’

중앙일보 2018.09.14 16:57
지난해 아이가 태어난 정모(33)씨는 집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에 연말 이사 계획을 잡았다. 곧 아파트 매매 계약도 할 예정이다. 
 
계약을 앞두고 은행에서 대출 금리를 문의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알아봤을 때만 해도 금리가 3%대였는데 은행에 갔더니 4%대로 얘기하더라. 1억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은 뒤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이후 통화정책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이후 통화정책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우상조 기자

13일 관계부처가 합동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담겼다.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소유자를 겨냥한 세금 제도 개편과 대출 규제 강화가 주를 이뤘다. 이날 발표에서 빠진 건 두 가지다. 주택 공급 확대와 금리 정책이다.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정부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절차가 종료되는 21일 구체적인 입지와 수량,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문제도 종합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21일에 1차 발표를 할 계획이고, 또 추후에 협의를 거쳐서 2차ㆍ3차 단계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남은 건 하나다. 금리 카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먼저 불을 댕겼다. 
 
이튿날인 14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수급불균형, 특정지역 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할 순 없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들썩이는 시중금리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세판에 아파트 호가가 3개월 전보다 2억원 넘게 올라있다. 정부는 13일 종합부동산세 추가 강화방안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세판에 아파트 호가가 3개월 전보다 2억원 넘게 올라있다. 정부는 13일 종합부동산세 추가 강화방안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 총리 발언의 여파로 시중금리는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 전보다 0.039%포인트 오른 연 1.960%,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047%포인트 상승한 2.309%로 마감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 탓에 지난달 2% 아래로 내려갔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중금리 움직임에 따라 소폭 등락은 있었지만 큰 흐름은 ‘우상향’이다. 
 
한은이 집계한 주택담보대출 금리(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7월 기준 평균 연 3.44%로 1년 전과 비교해 0.16%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이 기간 0.12%포인트 상승하며 4.56%로 올라섰다. 
 
한은 기준금리가 지난해 11월 이후 제자리걸음하는 사이에도 대출 금리는 조금씩 상승했다. 신규 대출자라면 정부 대책 발표에 따른 규제 강화 말고도 금리 상승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시중금리 움직임에 따라 대출 금리가 변하는 변동 금리 비중은 지난 1년 사이 더 늘었다. 
 
지난 7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에서 변동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9.8%, 고정 금리 비중은 30.2%였다. 지난해 7월(변동 65.5%, 고정 34.5%)과 비교해 금리 상승에 취약한 변동 금리 비중이 더 증가했다. 
 
신규 대출자는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외에도 금리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강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신규 대출자는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외에도 금리 인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강남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연이은 정부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면 ‘최후의 무기’인 금리 인상 카드에 대한 정부 안팎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ㆍ미 금리 역전 폭이 더 확대되고 있지만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여전히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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