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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낙동강서 못살겠다···흰수마자·귀이빨대칭이 어디 갔나

중앙일보 2018.09.14 11:00
낙동강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 [중앙포토]

낙동강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 [중앙포토]

대형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와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인 흰수마자가 낙동강 주요 서식지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환경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이들 조개와 물고기는 4대강 사업 계획 당시부터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는데, 현실이 된 것이다.
 
1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낙동강수계 귀이빨대칭이 분포 및 이동성 조사' 보고서(2017년 12월)에 따르면, 조사 용역을 진행한 청록환경생태연구소가 지난해 6~10월 낙동강 44개 지점에서 귀이빨대칭이 분포를 조사했으나, 본류에서는 살아있는 귀이빨대칭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귀이빨대칭이 성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귀이빨대칭이 성체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지난 2012년 6월 가뭄으로 충남 논산 탑정호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귀이빨대칭이와 민물조개가 집단으로 폐사하자 한국농어촌공사와 충남도청, 논산시청 등 공무원과 시민들이 폐사 직전의 귀이빨대칭이와 말조개 등을 물이 많은 곳으로 옮겨주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2년 6월 가뭄으로 충남 논산 탑정호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귀이빨대칭이와 민물조개가 집단으로 폐사하자 한국농어촌공사와 충남도청, 논산시청 등 공무원과 시민들이 폐사 직전의 귀이빨대칭이와 말조개 등을 물이 많은 곳으로 옮겨주고 있다. [중앙포토]

 
잠수부도 귀이빨대칭이 못 찾아
낙동강변에서 귀이빨대칭이 분포를 조사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변에서 귀이빨대칭이 분포를 조사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귀이빨대칭이는 국내 민물조개류 중에서 가장 큰 종류로 크기가 30㎝에 이른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청록환경생태연구소 측은 달성보 상류에서부터 창녕함안보 하류까지 44개 지점 조사했고, 15곳에서는 잠수부까지 투입했지만 죽은 패각(조개껍데기)만 발견했다.
다만,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 하류부의 유수지(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만 살아있는 조개 9마리를 발견했다. 서식밀도는 ㎡당 0.08마리로 높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1년을 전후해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당시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던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2011년 조사에서는 합천창녕보 상류와 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구간 8곳의 수심 1.5~4m 지점에서 발견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수심 1.5~2.3m였던 곳도 4대강 사업 이후 수심이 4~15m로 깊어져 귀이빨대칭이 서식에 부적합한 상황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심변화와 귀이빨대칭이. 2011년 귀이빨대칭이가 발견된 곳은 수심이 1.6m였으나, 지난해에는 수심이 7.6m로 깊어졌고 귀이빨대칭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수심변화와 귀이빨대칭이. 2011년 귀이빨대칭이가 발견된 곳은 수심이 1.6m였으나, 지난해에는 수심이 7.6m로 깊어졌고 귀이빨대칭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느린 이동속도에 적응 실패한 듯
수조 방형구를 이용한 귀이빨대칭이와 말조개 등의 이동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수조 방형구를 이용한 귀이빨대칭이와 말조개 등의 이동속도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청록환경생태연구소 류성만 박사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강바닥 퇴적토 상태가 달라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4대강 사업 전에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귀이빨대칭이가 같은 민물조개인 펄조개나 말조개와 비교하면 이동속도가 느려 달라진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도 사라지게 된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펄조개의 이동 속도는 시간당 최대 78㎝, 말조개는 159㎝, 귀이빨대칭이 12.9㎝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SOKN 생태보전연구소도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주요 하천 수생생물 조사' 보고서(2017년 11월)에서 "낙동강 8개 지점에서 지난해 각 3차례 귀이빨대칭이를 조사했지만 살아있는 조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1만 마리 방류한 흰수마자 사라져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

흰수마자의 운명도 비슷했다. SOKN 생태보전연구소는 흰수마자의 서식지로 알려진 내성천이 낙동강 본류와 합쳐지는 경북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와 의성군 다인면 용곡리에서 지난해 각 3차례 조사를 했으나, 흰수마자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2011년 조사에서는 예천군 보문면 미호교 인근 내성천에서 6마리가 관찰된 바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건국대·공주대 등에 의뢰해 작성한 '하천 수생태계 조사 및 평가 -낙동강 대권역' 보고서(2017년 12월)에서도 낙동강 수계 355개 지점을 조사했지만, 본류 구간에서는 흰수마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낙동강 지류인 위천(경북 의성군 비안면)에서 흰수마자 두 마리가 발견됐을 뿐이다.
2016년 같은 팀의 조사에서는 낙동강 수계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내성천 영주댐 건설 공사로 흰수마자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한국수자원공사는 2014~2016년 매년 한 차례씩 인공증식한 흰수마자 어린 물고기 1만 마리를 방류한 바 있다.
영주댐이 건설되기 전인 2011년 내성천의 모습. 강찬수 기자

영주댐이 건설되기 전인 2011년 내성천의 모습. 강찬수 기자

경북 영주에 있는 내성천 보존회는 지난 7월 "영주댐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흑조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내성천 보존회가 촬영한 영주댐. [내성천 보존회 제공=연합뉴스]

경북 영주에 있는 내성천 보존회는 지난 7월 "영주댐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난 데 이어 흑조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내성천 보존회가 촬영한 영주댐. [내성천 보존회 제공=연합뉴스]

지난 3월 녹조가 발생한 영주댐 상류. 경북 영주 시민단체인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 상류 10㎞ 지점에 있는 부속댐인 모래를 차단하는 유사조절지에서 녹조가 시작해 영주댐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내성천 보존회 제공=연합뉴스]

지난 3월 녹조가 발생한 영주댐 상류. 경북 영주 시민단체인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 상류 10㎞ 지점에 있는 부속댐인 모래를 차단하는 유사조절지에서 녹조가 시작해 영주댐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내성천 보존회 제공=연합뉴스]

 
크기 워낙 작아 어도 사용 못 해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

흰수마자는 한국 고유종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종이다. 한강 수계의 사미천·청미천·복하천 일대, 금강 수계 유구천·지천 일대, 낙동강 수계 내성천·감천·황강·남강 일대로 알려져 있다.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내성천 흰수마자는 거의 전멸 상태이고, 병성천·감천 등에서도 사라졌다"며 "보 건설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물속에 가라앉은 탓도 있고, 지류 하상 침식을 막기 위해 만든 돌보(하상보호공)가 물고기 이동을 막는 탓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흰수마자는 강바닥이 모래이고, 흐름이 비교적 빠른 여울이 있는 얕은 물에서만 산다. 산란을 위해 본류로 이동한다.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사라졌고, 보 등 하천 시설물로 인해 산란 후 원래 서식지로 되돌아오는 회유로가 차단된 것이다.
 
주기재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조사에서 황강이 낙동강에 합류되는 청덕교 주변에서 흰수마자 6마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낙동강 달성보에 설치된 어도. 강찬수 기자

낙동강 달성보에 설치된 어도. 강찬수 기자

방인철 순천향대 생명시스템학과 교수는 "흰수마자 같은 경우 워낙 작은 물고기라 보에 설치된 어도를 이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낙동강에서도 일부 지류에서만 근근이 살아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흰수마자가 자칫 완전히 멸종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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