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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출신 변호사 상한가···다시 커진 '전관예우' 왜

중앙일보 2018.09.13 11:48
최근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오히려 전관 출신의 변호사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뉴스1]

최근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오히려 전관 출신의 변호사를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뉴스1]

로스쿨 출신의 주영글 변호사(32·법률사무소 해내)는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이제 전관예우는 통하지 않고 변호사의 실력이 중요하다"고 상담을 해왔다. 실제 재판정에서도 타이틀보다는 준비와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재판거래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이와 연루된 법관들의 영장이 기각되며 이런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의뢰인이 "그래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둬야 구속도 안 되고 재판에서 유리하지 않겠나"고 반박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주 변호사는 "이럴 때마다 변호사들은 정말 허탈하다"며 "사라질 줄 알았던 전관예우의 바람이 서초구 서초동에 다시 불고 있다"고 했다.

 
사법부 불신하지만, 전관 찾는 시민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오히려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법원이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자 시민들 사이에선 "전관예우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전관예우 우려의 실태와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전관예우 우려의 실태와 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31)씨는 "전관예우가 영화에서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최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을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며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학원 강사인 김모(32)씨 역시 "사법부도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비(非)전관 출신의 변호사 A씨(44)는 "의뢰인들이 이런 생각으로 재판을 대한다는 것이 솔직히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판거래 의혹 이후 변호사들도 사법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라 말했다.
 
'S급 전관'으로 변호인 꾸린 김경수 지사
법조계에서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런 전관예우 바람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지사는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유해용(52) 변호사 등 전관 중심의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변호인단만 현재 15명 수준이다. 
 
일부는 수임료만 수천만 원에 달해 서민들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법조계에서 'S급 전관'으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에선 "일부 변호사는 김 지사와 개인적 인연이 있어 변호를 맡은 것"이라 했다.
 
유 변호사의 경우 최근 수사를 받게되며 변호인단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특검팀이 김 지사에게 청구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선임됐던 유 변호사는 영장 기각을 끌어내는 등 '이미 할 역할은 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해용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최근 김경수 지사 변호인단에서 사임했다. [연합뉴스]

유해용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최근 김경수 지사 변호인단에서 사임했다. [연합뉴스]

당시 김 지사의 영장을 기각했던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수석재판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와 함께 일한 서울대 법대 후배였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한 관계자는 "떳떳하다던 김 지사가 영장전담 판사의 전직 직장 상사를 변호인으로 데리고 온 모습이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지사와 같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도 재판을 받으니 전관을 끌어다 쓰지 않았나"며 "이런 모습을 보는 시민들 입장에선 전관예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전관예우 문화가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부활하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철저한 조치 없이는 대한민국의 시계가 순식간에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전관예우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며 "판사들의 경우에는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평생 판사로 남을 수 있도록 시니어 판사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초래하고 있는 전관예우 바람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실제 이런 선택이 의뢰인에게 유리할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수천만 원에 달하지만, 실제 재판에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초동 로펌의 한 변호사(31)는 "돈은 전관 변호사들이 받지만 이름만 걸칠 뿐 실제 일은 실력 있는 주니어 변호사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를 위해 열심히 뛰어줄 수 있는 변호인을 찾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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