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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김용태 “통합전대에 홍준표·김무성 출마 막기는 어렵다”

중앙일보 2018.09.12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올드보이 귀환 분위기 타고 다시 움직이는 황교안·홍준표 
출범 두 달을 맞았지만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눈에 띄는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면 ‘추석 밥상’에 한국당 혁신을 주제로 올리는 일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당연히 10% 안팎인 당 지지율은 움직일 조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연일 곤두박질치는데도 반사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언제 큰 칼을 빼들지가 관심인데 김 위원장은 “인적 청산은 작은 일에 불과하다”며 뒤로만 미룬다. 존재감 없는 비대위다. 이런 무주공산 한국당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몸을 풀고 홍준표 전 대표는 귀국한다.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양재동 윤봉길 의사 기념관 3층 강당. 황교안 전 총리가 『황교안의 답』이란 수필집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열기가 뜨거웠다. 200석 규모의 강당과 주차장은 일찌감치 꽉 찼고, 복도에서 영상으로 행사를 지켜보거나 차를 못 대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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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의 황 전 총리에게 물었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는 것인가.
“아이쿠. 전혀 그런 것 아닙니다. 청년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뜻이 있나.
“전혀. 하하하. 전혀…”
 
청년 얘기를 하자는 자리인데 청년은 많지 않았다. 넥타이 차림에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정홍원 전 총리와 장관들,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들, 유기준·정종섭 등 친박계 의원 10여명의 모습이 보였다. 행사장에선 그가 보수 재건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런 정도로 큰 규모의 전직 총리 행사는 없었다. 정치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분명해 보였지만 딱 부러진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의미인지는 신문에 난 대로 아니겠어요?”(허태열 전 비서실장), “당권 도전하려면 의원들 규합이 먼저인데 황 전 총리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어요.”(김정훈 의원), “당이 엉망인데 당권은 뭘요.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정종섭 의원)
 
다만 당권 도전과 연결 시키는 적극적인 해석은 많았다. 특히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 그랬다. 해수부 장관으로 황 전 총리와 함께 국무위원으로 활동했던 유기준 의원은 “당권 의지가 과거 10% 정도였다면 지금은 30%로 본다”며 “불태우도록 해야죠”라고 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황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았던 추경호 의원은 “당연히 그런 뜻이 있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돌아간다. 배전의 노력 다짐한다”
 
이번 주말 귀국하는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당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연말쯤엔 그가 주장했던 ‘위장 평화 쇼’ ‘경제 폭망론’이 입증될 거고 그러면 민심도 홍준표를 다시 찾을 것이란 게 홍 전 대표 쪽 주장이다. 온라인 팬카페 등에선 그의 당 대표 시절 발언을 다시 올리며 ‘홍준표가 옳았다’는 댓글을 붙이는 지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재개를 위해 사전 작업이 시작된 듯한 모습이다.
 
한국당엔 긴장감이 감돈다. 홍 전 대표가 당장 정치 활동을 재개하지 않더라도 SNS 글 등을 통해 과거식 거친 논쟁을 유도하면 당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정치를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엔 “다시 갈등의 대한민국으로 들어간다. 내 나라가 선진 강국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그가 아직 거취 결심을 못 했다는 전언이 많다.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정치를 재개할 여건도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당의 가치와 방향 재정립을 추진하는 김병준 비대위와 사사건건 부닥칠 가능성은 있다.
 
그의 거취를 놓고 김 위원장을 찾는 원내외 인사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당 대표 중임 금지 조항’ 신설 제안이나 홍 전 대표 제명 요구를 김 위원장에게 한다는 것이다. ‘막말과 독선적 당 운영으로 선거 패배와 보수 궤멸에 결정적 역할을 한만큼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요직 복당파 장악 속 김무성 기지개
 
복당파 수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 전 국회서 세미나를 열더니 13일엔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다. 문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부쩍 커졌다. 그는 한국당 복당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공식 활동을 자제해 왔다.
 
당내선 ‘20대 총선 공천의 책임 있는 사람을 어떻게 21대 총선 관리자로 내세우느냐’는 반대론이 있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김 의원이 나설 명분도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그의 주변에선 “보수 통합에 필요하다면 당권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번져간다.
 
복당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세연 중앙연수원장 등이 당 요직을 차지한 것도 김무성 의원이 조만간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비대위 활동 완성은 보수대통합 전대”
 
그래서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전당대회는 언제 하나.
“2월쯤 계획 중이다. 통상 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비대위 활동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생각이다. 공천 시스템과 당명 교체, 당무 감사 등을 통한 인적 청산을 연말까지 모두 끝낸다.”
 
당내선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있지 않나.
“12월 3일까지 정기국회여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대에 출마한다고 보나.
“본인은 당연히 그렇게 재기해보려고 생각할 거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나서지 않길 바라지만 나선다면 당에선 막을 이유가 없고 하지도 않을 거다.”
 
출당시키라는 요구가 있다던데.
“비공식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명확한 근거가 있는 말은 아니다. 그건 절차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나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의 문제다. 선거에 졌고, 거기에 큰 책임이 있는 거지 그 분이 해당 행위를 한 건 아니지 않나.”
 
황교안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는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인가.
“당연히 그럴 텐데 역시 배제할 이유가 없다.그 분들이 모두 우리 당의 중요한 자원들이다.”
 
김무성 의원과 가깝다던데 ‘김무성 대표 만들기’를 위해 뛰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다. 김병준 위원장과 내가 무너지면 우리 당은 이제 공중분해로 간다.”
 
김병준 위원장도 출마하나.
“아니다. 2월 전당대회는 한국당 전대라기보다 보수대통합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게 비대위 활동의 마지막 목표다. 지금 거론된 분들 외에도 동의한다면 안철수·유승민·손학규 대표 등 모든 주자가 나와서 보수 대회전을 치르는 거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총선 임박해서 합당하거나 연합공천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기회는 내년 2월뿐이다. 아마도 전당대회 준비위가 꾸려지면 협상이 시작될 거다.”
 
그러자면 인적 청산이 전제돼야 하지 않나.
“인적 청산이란 통상 공천 과정에서 사람을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쫓아내면 당이 바로 깨진다. 결국 당무 감사로 일부 부적격자를 탈락시키는 건데 그것도 어떤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탄핵에 찬성했냐 아니냐, 전임 지도부냐 아니냐가 기준이 되긴 어렵다. 결국 분위기와 여론 형성에 따라 범위나 강도가 정해지지 않겠나.”
 
문제는 보수대통합 전당대회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보수통합으로 가자면 어느 정도의 인적 청산이 필요한데 인적 청산에 나서는 순간 당은 다시 요동칠 게 틀림없다. 당내선 벌써부터 ‘선출되지 않은 리더십을 따를 이유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당 중심의 야권 통합엔 관심이 없다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이다. 손학규 대표에게 한국당의 2월 통합전대에 대해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리 정치지형 자체가 이미 진보로 많이 움직였다”며 “바른미래당 중심의 중도통합만이 민주당에 맞설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적 청산 나설 효과적 수단 없는 비대위
 
김병준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손대지 않다 보니 지금으로선 의원들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랄 게 없다. 당장은 다들 팔짱 끼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지난 총선 전 민주당에서 영입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과감한 우클릭과 인적 청산으로 중도층을 잡은 것에 비하면 다소 미지근해 보이는 풍경이다.
 
말하자면 담론 정치인데 ‘홍준표 전 대표에 비해 품격은 있지만 흥행 요소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의 한쪽에선 김병준 위원장의 대중 흡인력이 약해 당 존재감이 없는 만큼 책임 있는 리더십을 연내에 세우자는 조기 전대 요구가 커져 간다. 아마도 추석 이후엔 그런 목소리에 힘이 실릴 기세다.
 
보수 쪽 모든 주자들이 총출동한 통합 전당대회로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병준 비대위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계획이 오히려 홍 전 대표 등에게 움직일 공간을 열어주며 비대위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중진들의 전대 요구와 올드 보이들의 당권 도전설이 함께 엮이며 본격적으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한국당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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