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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딩', 中 직장인 떨게 하는 '딩톡 트라우마'

중앙일보 2018.09.11 16:06

주말 저녁, 여자친구와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한 청년. 간만에 즐기는 데이트에서 한껏 분위기를 잡아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딩~'하고 울리는 휴대전화. 남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애써 무시해보지만, 이어지는 문자 메시지. 이제는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스토커처럼 계속되는 연락. 범인은 바로…직장 상사가 보낸 '딩톡'입니다.

미쳐버릴 노릇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라면 '부장님 카톡'을 슬쩍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음이라서' '진동이라서'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겠죠.  
 

알리바바 메신저 '딩톡', 기업 특화 기능으로 인기
답할 때 까지 문자·전화…직장인 스트레스 호소

하지만 '딩톡'을 사용하는 중국 직장인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보낸 사람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사람에게 반복 알림, 문자 메시지 발송, 전화 호출 등을 퍼부을 수 있는 '딩'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딩톡은 알리바바가 2015년 정식 출시한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입니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견제하기 위해 출시한 서비스죠. 5억 명에 육박하는 위챗 이용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점 늘려가고 있는데요. 전화 회의, 단체 문자,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 뿐만 아니라 자동 경비 청구, 직원 위치 파악 시스템, 일별 보고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업무 지시에 신속하게 대응해 생산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딩톡에 대한 중국 직장인들의 반감이 꽤 거셉니다. 메시지를 확인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알람을 보내는 것이 딩톡의 특징입니다. 곤히 자고 있는 한밤 중에나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이른 새벽, 심지어 주말 저녁에도 아직 읽지 않은 딩톡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연락이 수시로 오는 겁니다. 딩톡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은 이런 기능이 업무 능률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오히려 업무 의욕을 헤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영국 로이터 통신이 딩톡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이러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산시성 북서부 지역의 명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자신의 친구들은 딩톡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들 한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소프트웨어 판매점에서 일했던 리 샤오양 씨도 위치 확인 서비스를 통해 회사에 늘 자신의 소재를 알려야 했고 페이스 스캐너를 통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야 했다며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과 달리 기업들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공유 자전거 회사 헬로 바이크의 관계자는 "전화 회의를 위해 사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딩톡을 통해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원이 3000명이 넘는 한 대형 의류업체의 경우 "딩톡을 통해 직원과 사장이 직접 의견을 주고 받게 됐다"며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딩톡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회사도, 직원도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텐데요. 퇴근 후에는 '딩톡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는 중국 직장인의 고민. '저녁이 있는 삶'을 고대하는 한국의 많은 직장인과 닮아있습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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