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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두 번의 거짓말과 다섯 번의 외면

중앙일보 2018.09.11 00:25 종합 29면 지면보기
임선영 내셔널팀 기자

임선영 내셔널팀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런 목격담을 들려줬다. “무너진 유치원을 본 한 아이가 울먹이며 옆에 있던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나쁜 어른들이 우리 유치원을 망가뜨렸어’.”

 
4~6세 아이 122명의 터전을 ‘망가뜨린’ 장본인은 ‘무책임한 어른들’이다. 가장 먼저 동작구청 공무원들의 책임이 무겁다. 동작구청은 이번 사고 전후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두 번 거짓말했다. 동작구청은 지난 4월 4일 상도유치원에 공문서 한 장을 보냈다. 유치원이 붕괴 위험성을 경고한 ‘자문의견서’를 구청에 제출한 데 대한 ‘답장’이었다. 동작구청은 공문서에 ‘감리자에게 자문의견서를 전달한 후 보강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적어 유치원을 안심시켰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사 감리자는 시공사에 ‘공사중지’를 요청할 권한이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10일 이는 ‘허위공문서’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동작구청은 상도유치원이 보낸 의견서를 감리자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감리자가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문서에 감리자를 적시한 건 잘못이다”고 시인했다. 감리자는 유치원 건물을 무너뜨린 공동주택 공사장의 착공 신고(지난 4월 24일) 이후에 정해졌다. 착공 전엔 있지도 않은 감리자를 공문서에 끼워 넣은 것이다. 구청의 거짓말은 또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사고 직후 “붕괴 위기와 관련한 민원은 없었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하지만 구청에 제출된 ‘자문의견서’가 공개되자 입장을 바꿨다.

 
동작구청은 붕괴 하루 전인 지난 5일을 포함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도 외면했다. 그동안 상도유치원은 5번이나 구청에 “붕괴 위험이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구청은 단 한 번도 현장을 점검하지 않았다.

 
무책임한 어른들은 또 있다. “건축 허가권이 구청에 있었다”며 한 발 뺀 서울시도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흙막이(지반 붕괴 방지 가설 구조물) 공사 방식으로 비용은 저렴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진 시공사의 책임도 가려야 한다. 붕괴 전부터 건물에 금이 가는 것을 안 유치원은 운영을 중지했어야 했다.

 
건물 붕괴 4시간 전까지 유치원엔 아이들이 있었다. 하늘이 122명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준 것이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나쁜 어른들’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임선영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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