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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남은 남북정상회담…메르스가 돌발악재 되나

중앙일보 2018.09.10 09:52
오는 18일 평양에서 열기로 남북한이 합의한 정상회담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담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돌발악재로 등장한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회담 일정이 미뤄지는 등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의 대북특사 방문을 계기로 오는 18일부터 2박 3일 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준비위가 지난주 점검회의를 열었고, 경호·의전 등 대북협의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일 외신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되돌아 갈수 없을 만큼 (남북관계의) 진도를 내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5일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하지만 회담을 열흘 앞둔 지난 8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 당국자 뿐 아니라 취재진과 민간수행원 등 대규모 방북단을 수용하기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 182명이 방북했고, 2007년 2차 회담에는 노무현 대통령 등 208명이 평양에 갔다.
에볼라 방역 상황을 보도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에볼라 방역 상황을 보도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이런 상황은 북한의 열악한 보건·방역 체계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가 창궐할 때도 유입을 우려해 차단에 나섰고 남북회담이나 민간교류 일정을 완전 중단한 사례가 있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감염을 우려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2014년 11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최용해 노동당 비서(현 당 부위원장)를 에볼라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3주 격리시켰고, 국가 수반 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경우도 아프리카 방문 뒤 신의주에서 3주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해야했다.

북한의 검역 실태를 보도한 북한TV영상

북한의 검역 실태를 보도한 북한TV영상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에게 메르스 사태를 우리 측이 잘 통제하고 있으며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당국자와 취재진 등에게 완벽한 방역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실무협의 채널 등을 통해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확진환자(61세 남성)와 접촉한 의료진과 항공기 승객 등의 최대잠복기가 14일이란 점이다. 지난 8일 확진판정을 기준으로 할때 오는 22일까지다. 그런데 정상회담은 18~20일로 잡혀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정상회담 뿐 아니라 예정된 남북 간 민간교류 행사를 미루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0월 초 예정된 한 민간단체의 방북(150명 규모)과 같은달로 합의한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금강산 남북 공동행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5월26일 판문점 판문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5월26일 판문점 판문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를 배웅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메르스 사태 추이를 막판까지 지켜보다 예정된 회담 일정 직전에 연기를 통보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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