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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 앞둔 운명의 2주, 하반기 국정 판가름난다

중앙일보 2018.09.10 06:00
추석이나 설을 즈음한 때를 흔히 대목이라 일컫는다. 경기(景氣)가 가장 좋은 시기로 사회 전반에 왁자지껄한 기운이 돈다. 자영업자들은 평소보다 ‘큰돈’을 벌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추석 연휴를 2주 앞둔 정치권도 사정이 비슷하다. 덩달아 대목을 맞았다. 정치인들에게도 명절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일가친척이 명절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가 민심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이슈나 부정적 이슈 할 것 없이 확대ㆍ재생산하는 ‘민심의 확성기’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특히 그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50%를 밑도는 등 여권에 대한 지지가 하락추세인 데다 민심의 향배를 좌우할 뚜렷한 변수가 여러 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①인사청문회 
 
지난 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로 출근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지난 3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로 출근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첫 번째 변수는 인사청문회다. 당장 이번 주에만 10일 열리는 이석태ㆍ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이은애ㆍ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11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12일)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여권 입장에서 인사청문회는 민심에 불을 댕길 위험이 큰 이슈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남편이 축하한다며 오피스텔을 사줬다”, “(땅을 산 것은) 땅을 너무 사랑해서” 같은 답변들이 국민 정서를 들끓게 한 전례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식 대박 논란으로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사퇴하는 등 5명이 낙마했다.
 
추석 전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현역 의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지역구 사무실 특혜, 위장전입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의원끼리 봐주기 식 인사청문회의 ‘의원 불패 신화”를 깨겠다“고 말했다.
 
②부동산 대책
 
여권에 대한 지지율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부동산 이슈도 이번 주가 중대 고비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번 주 내에 당정 협의를 거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은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데, 그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강남 살 필요 없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와 같은 말실수와 부동산 세제나 임대업자를 둘러싼 정책 결정자들의 엇갈린 발언들로 불신만 샀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경기 과천)가 포함된 개발 예정 신규 택지를 사전에 공개하면서 부동산 관련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할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질서가 잡히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미증유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 당내 일각에선 ’제2의 종부세 사태‘가 오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돈다”고 말했다.
 
③메르스 대응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만에 확진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관리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출장차 쿠웨이트를 다녀온 A씨(61)는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9일 현재 A씨의 밀접 접촉자 22명, 일반 접촉자 440명으로 파악 중이다.
 
3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시민들은 극도의 혼란과 불안을 겪었고, 이는 곧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이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29%(한국갤럽, 6월 셋째 주)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메르스 확진 직후 즉각 “정부와 여당은 국가의 모든 방역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논평했다. 이낙연 총리도 9일 새벽 “2015년의 실패를 기억하겠습니다”고 페이스북에 글 올리며 신속 대응에 나섰다.
 
④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권 입장에선 호재인 변수가 18~20일로 예정돼있는 남북 정상회담이다. 올 상반기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견인해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던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대북 이슈의 1차 가늠자는 청와대가 11일 국회에 제출할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당은 “무조건 비준 동의하라는 것은 평화에 대한 담보 없이 돈만 퍼주자는 얘기”라고 맞서고 있다.
 
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은 호재에 따르는 필연적인 부담이다. ‘평양냉면 바람’을 불러왔던 1차 정상회담 이상의 감성적 효과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3차 남북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망감이 증폭하면 호재는 오히려 악재가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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