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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규의 의료와 세상] 메르스 유행과 인수공통감염병

중앙일보 2018.09.10 00:42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메르스 환자가 3년여 만에 다시 발생했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2015년에 유행한 바 있고, 당시 38명이 사망했다.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에는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신종 전염병들은 대개 인수(人獸)공통감염병인데, 원래는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옮겨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병들은 인간이 농경과 목축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나 개, 닭 등 각종 가축과 생활을 함께하게 된 결과로 인류의 질병 목록에 들어오게 됐다. 두창이나 홍역, 결핵과 같이 인류가 오래 앓아 온 질병에 대해서는 백신 등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었지만 메르스와 같이 최근에 등장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했다.
 
의료와 세상 9/10

의료와 세상 9/10

20세기 중엽 이후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들이 여럿 등장하였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이 중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나 광우병, 신종인플루엔자처럼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마르부르그열이나 리프트밸리열처럼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위험한 병들도 있다. 20세기 이후 신종 인수공통감염병들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인간과 인류를 둘러싼 생태계의 균형 파괴 때문이다. 이전에는 인류가 거주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오지나 아마존의 밀림 등의 지역이 각종 개발로 인해 파괴되면서 인류와 동물에 있던 미지의 병원체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한편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의 밀집 사육은 동물의 몸에 기생하는 병원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증가시켰다. 그럼에도 국제적인 무역과 교통, 화물의 수송망이 없었다면 특정한 지역에서 몇몇 사람들이 새로운 질병에 걸렸다 해도 일시적인 사건이나 그 지역의 풍토병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제는 해마다 수백만 명이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수많은 물자가 이 땅을 거쳐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전염력이 강한 어떤 질병이 발생하였다면 그것은 즉시 세계적인 보건문제가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을 예측할 수도, 그 발생을 미리 알아서 예방할 수도 없다. 다만 신속하고 단호한 보건당국의 대응과 의료진의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메르스 발생으로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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