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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뺀 9·9절 미국에 보여줬다

중앙일보 2018.09.10 00:28 종합 1면 지면보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기념행사 참가자들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꽃을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개막 연설을 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개발 전선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기념행사 참가자들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꽃을 흔들며 행진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개막 연설을 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경제개발 전선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9·9절)을 맞아 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한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등장시키지 않았다. 이날 열병식은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로는 첫 행사로, 북한이 ICBM급 미사일 공개를 피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대미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정은, 연설 않고 참관만
핵 언급 없고 TV 중계 안 해
“트럼프 자극 않으려는 의도”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10시부터 약 90분가량 진행된 열병식에서 수백 대의 전차와 장갑차, 방사포, 장사정포 등 재래식 무기를 선보였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 열병식에서 공격력, 특히 미사일 능력 과시에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선 미국이 발끈할 ICBM 등의 무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열병식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외신들도 ICBM은 없었다고 타전했다. 북한은 지난 2월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 때 화성-15형 등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급 미사일을 동원해 미국을 위협했다.  
 
이와 관련,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 강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북한의 이런 모습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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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열병식을 지켜봤다. 평양을 방문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외빈들도 함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과거와는 달리 직접 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연설했다.  
 
지난 2월 8일 창군 70주년 열병식 당시 등장한 ICBM 화성-15형의 이동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창군 70주년 열병식 당시 등장한 ICBM 화성-15형의 이동 모습. [AP=연합뉴스]

김영남은 연설에서 경제발전에 방점을 두면서도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생략했다고 정보소식통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김영남에게 연설을 대신토록 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북·미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이번 열병식은 향후 정국을 전망하는 가늠자였다”며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체제 결속을 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간 체제를 과시하기 위해 주요 열병식 행사를 생중계했지만 이날은 생중계하지 않았다. 이번엔 정권 수립 70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이른바 정주년(5년, 10년 단위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생중계를 피한 것은 역시 대미 수위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의 경우 오전 행사를 오후 5시30분쯤 녹화방송을 했지만 이번엔 조선중앙TV는 이날 열병식과 관련해 중계를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평양 시내에 붙었던 반미 구호를 없애고, 이날부터 시작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서도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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